다빈치 코드

Culture 2004/07/11 14:40
요즘 말많은 책, 다빈치 코드이다.

읽는내내 책속의 말들이 뇌속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마치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했다고 표현하면 적당할까.
무척 흥미롭고, 지적으로 만족스럽고, 능동적인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부분은, 지금까지 기독교와 관련해서 그 탄생과 성장등 <외형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새로우면서 설명력이 있는 한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기독교 자체의 격을 떨어뜨리거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다르타나 공자와 같이 인성을 수용함으로써 논란의 소지가 없는 보다 범세계적인 종교로서의 큰 틀을 지니게끔하는 의미가 있다고까지 보였다. (중동의 한 로컬 신앙이 글로벌화하는데 있어서 동정녀나 부활의 은유가 얼마나 큰 장애가 될 수 있는지 서구의 신학자들은 절실히 느낄수조차 없으리라!)

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꽤 많은 이들에게는 올드보이의 이야기구조를 까발리는 것과 동격의 지독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자제를 하고 싶다.
다만 한가지, 이책을 아직 잘 모르거나, 읽을 계획이 없거나 하는 이와 이야기를 같이 하기 위해 딱 하나 질문을 하고 싶다.

위 그림에서 예수의 오른편에 앉은 사람에 주목해본 적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백번도 넘게 위 그림을 봤지만 이책을 보며 진지하게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이 어떤 암호라면? (그럴수도 있겠지..)
인디아나존스에 나오는 성배라면? (무슨 소릴 하는거야..?)
만일.. 여자라면? (설마... 헉!!)
예수와 안팎의 색이 바뀐 커플룩이라는 것도 보이는가?

이것도 어떤이에겐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큰 이야기 구조상에서는 작은 한가지이므로 여기까지만 하겠다.

아무튼 이책은 읽는 재미가 있다.
지적인 만족감으로는 에코에 비할만하고, 노력의 정도로 보면 조안 롤링은 차라리 행복하다. (이와 똑같은 수준의 작품을 하나 더 쓸때 들어갈 노력을 생각하면 작가 브라운선생은 힘들어 죽지 않을까 생각된다. -_-)

다만, 전문작가가 아니기에 글맛이 좀 부족하다.
번역의 문제로 매끄럽지 못한 것을 감안해도 읽다보면 중요한 복선들이 다소 자명하여 반전의 묘미를 충분히 느끼기 힘들다. (읽다가 조금 의심스러우면 영락없다. -_-)
게다가 장마다 장소와 인물을 바꿔가며 이야기에 탐닉하게 만드는 (개인적으로 "감질내기 기법"이라고 부르는) 서술기법은 베르베르나 셸던에 비하면 초등학교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나, 이책의 미덕은 어느 천재가 한번의 멋진 발상으로 며칠 밤새서 쓴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년간 고민하고 발로 뛰어 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보고 또 보고 의미를 유추하고 자며 그 정보를 꿈에서까지 가공하여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 또 새로운 정보를 덧씌우는 작가의 성실한 작업의 결과라는 점이다. (최소한의 존경심에 휴일에도 불구하고 긴글을 쓰는 내 평을 봐도 알수있다. -_-v)

다빈치 코드.
이 책에 작가가 소모했을 공력의 크기때문에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 없는 그런 책이다. ^^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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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inuit 2004/07/11 15: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S (=Princess Sophie)
    책을 다보고 최후의 만찬 그림을 다시 보려, 수아의 화집을 뒤지는데 그만..
    책에서 전대 시온수도회 그랜드 마스터라고 나왔던 보티첼리의 그림에도 역시 성배의 코드가 숨어 있더군요.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죠.

  2. 주주 2004/07/23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만에 오빠 홈피 오내요!
    잘 지내시죠? 동문회장님이라 바쁘시구...
    오빠이메일에 홈피주소 있어서 구냥 클릭해서 왔답니다.
    저두 2월에 다빈치 코드 보고 한참 이책에 미쳤었죠. 심지어 다빈치 아트워크 책까지 사서 비교하면서 봤다니깐요 ^^
    주말 잘 보내시구요! 함 볼 기회를 또 만들어야겠죠? ^^

  3. BlogIcon inuit 2004/07/30 13: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겅 미안타. 답글을 이제야 봤네. ^^

    다 빈치 코드를 2월에 봤으면 원어로 봤겠네.
    코드가 많이 나와서 원작의 언어적 묘미가 좋았겠다.

    보티첼리 그림도 한번 봐. 성배의 코드들이 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