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나 인간적으로 가장 잘 산다는 북유럽, 그 중 핵심인 스웨덴입니다. 사실, 북유럽에 대한 제 인식론적 해상도는 매우 낮아서 이번 출장 전까지는 북유럽 4개국의 위치조차 가물거릴 정도였습니다. 스웨덴은 서쪽의 노르웨이, 바다 건너 남쪽의 덴마크, 동쪽의 핀란드와 접경한 노르딕의 가운데 국가이지요. 비행중 스웨덴에 대한 정보를 읽으면서 점점 스웨덴의 매력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톡홀름에 도착.

심야 택시
프랑크프루트에서의 트랜짓이 워낙 길어, Arlanda 공항에 12시가 다 되어 도착했습니다. 다시 40분 걸렸으니 거의 1시 다 되어 호텔에 도착을 했는데, 이게 왠일. 
호텔은 아주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작은 규모입니다. 어찌나 작은지 간판에 불도 없어 택시 기사가 그 앞을 몇번 지나가면서도 길을 못찾았지요. 전화를 해서 겨우 호텔 위치는 찾았는데, 색다른 문제가 있더군요. 호텔 직원은 이미 퇴근했고 호텔문이 잠겨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late check-in 손님이 우리 일행 뿐이어서 잠긴 호텔 문 유리창에 열쇠를 어디 숨겼다고 적어 놓았던 것입니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 사실을 모른 채 우리는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아 전화로 지령을 받아가면서 호텔 직원이 숨겨놓은 호텔 현관 열쇠와 각자의 방 키를 찾아서 한밤의 보물 놀이를 했습니다.

호텔이 밤에 문을 잠근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 싶었는데, 그래도 택시 운전사가 자기일처럼 보물찾기를 해 주어서 장시간 비행 후 깔깔한 마음이 이내 훈훈했지요. 그 뒤에 친절하긴 했지만, 모든 대기시간을 칼같이 과금했던 취리히 택시 아저씨와는 확연한 대조가 보였습니다.


새벽 케이블
원래 스웨덴 사람들은 세상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라고 정평 나 있습니다. 여유가 배어있고 정의감이 넘치지요.

다음 날도 스웨덴의 달달한 마음을 많이 느꼈습니다. 간밤에 도둑처럼 문따고 들어가 겨우 잠만 잤으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되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인터넷을 연결하려는데, 일찍 퇴근한 직원이 새벽이라고 올리 없지요. 

할일도 없고 호텔 주변을 산책하다가 호텔의 조식을 맡은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인터넷 연결이 안된다고 말했더니, 그거.. 케이블만 연결하면 되는데 하면서 호텔 직원 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자기가 케이블을 찾아 주겠다고 합니다. 저를 데리고 여기저기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 창고 저창고 뒤져서 케이블을 꺼내 줍니다. 영어실력이 모자라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하면서 말입니다. 결국, 인터넷은 직원 출근하고서야 되었지만 그 아저씨의 마음이 아침부터 보들보들합니다.


호텔의 도시락
드디어 칼퇴근한 문제의 직원을 만났습니다. 나이든 여성 분인데 시원시원합니다. 손님이 없어서 그런 편법을 썼다고 호탕하게 웃습니다. 문제는 다음날입니다. 오늘 미팅을 하고 일정상 내일 새벽 6시에 호텔을 나서야 하는데, 직원이 있어야 체크아웃을 하지요. 사정을 말하고 하루 일찍 체크아웃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야 당연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보다도 이 아줌마 그 새벽에 가면 조식을 못먹는다고 안타까와 합니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립니다. 
"좀 차갑긴 하지만, 냉장고에 햄샌드위치와 쥬스를 넣어 놓을테니 드시고 가세요."
세상에, 아침에 일정 때문에 밥 못 먹고 가는 손님에게 도시락 싸주는 호텔은 보다보다 처음 봤습니다.

사람이 향기로운 도시, 스톡홀름에서 첫 여정은 그렇게 달콤하게 부드럽게 시작했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Prague 2010] 1. Ma Vltava  (6) 2010/08/30
[Stockholm 2010] 2. 100년전 항구  (6) 2010/08/28
[Stockholm 2010] 1. Sweet and Sweden  (6) 2010/08/27
아폴로 13호와 맥가이버  (8) 2010/08/22
[Washington DC 2010] 7. DC Hot  (2) 2010/08/09
[Washington DC 2010] 6. Dupont Circle  (2) 2010/08/04
Posted by Inuit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1955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레이먼 2010/08/28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텔 그 이상의 따뜻함과 배려....허술한 듯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경험이셨네요.

    • BlogIcon Inuit 2010/08/28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레이먼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인지 레이먼님 블로그(raymond.tistory)가 유해 사이트라고 크롬에서 뜹니다. 제 블로그 여는데도 레이먼님 댓글 링크가 뜨면서 블로킹이 됩니다.
      한번 체크해보시기 바랍니다. ^^

    • BlogIcon 레이먼 2010/08/28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IE에서는 이상이 없어 그대로 방치했는데. 얼른 해결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하신거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 가지세요.

    • BlogIcon Inuit 2010/08/29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귀국했습니다 어제. ^^
      주말 잘 보내세요.

  2. BlogIcon LaStella17 2010/09/03 0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도시락싸주는 호텔! 멋지네요. 그런데 저걸로 아침이 되나요;;
    저는 빵배가 빵빵해서 엄청 많이 먹는데. ㅎㅎ

    • BlogIcon Inuit 2010/09/04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대단하세요.
      전 저것도 다 못먹었는데요.
      많이 남기면 미안해서 4/5정도를 새벽바람부터 열심히 먹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