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아이가 아파서 잠시 중단된 스페인 이야기 마무리를 지어야겠습니다.

이번 출장 중, 저는 왜 스페인 음식이 유명하지 않은지 궁금해졌습니다. 세계 3대 요리라는 중국, 프랑스, 터키 음식을 다 먹어봤습니다만 스페인 음식은 꿀리지 않게 훌륭합니다. 물론 제국들이 구사하는 궁중 스타일의 화려한 맛은 부족합니다만, 재료의 맛을 잘 살린 소박함이 제 입에 딱 맞습니다.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전라도라고. 어찌나 음식마다 딱 맞게 맛나던지, 과식하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했습니다.


Quality food
또 하나 장점이 있습니다. 음식 값이 매우 쌉니다. 한번은 변두리 식당에서 와인을 시켰습니다. 와인이 4유로라고 적혀 있더군요. 파리에서 한 잔에 7유로정도 했으니, '역시 스페인은 싸서 좋군.' 하며 시켰습니다. 왠걸. 한 잔이 아니라 한 병을 내오더군요. 결국, 반 병 정도 마시고 자리를 떠야 했지만 흡족히 즐겼기에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 집 뿐 아니라, 바로셀로나는 음식 값이 전체적으로 쌉니다. 10유로면 어지간한 시내 식당에서 '스타터+메인+디저트+음료 한잔' 세트 메뉴가 가능합니다. 밑에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대부분 음식도 훌륭하구요.

Wine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대 와인 산지입니다. 그러나 스페인 와인이 세계적 유명세를 누리지는 않습니다. 스페인 내에서 다 소비하고 수출할게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포르투갈 와인도 마찬가지 설이 있습니다.

확실한건 결코 그 맛이 떨어져서가 유명하지 않은건 아니란 점입니다. 직접 마셔보니, 스페인 와인이 저렴하고 질 좋습니다. 위에 말했듯 물보다 더 쌉니다. 그럼에도 프랑스 와인의 까탈스러움보다 더 푸근한 부드러움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카탈루냐에서는 와인보다 우선으로 시킬 것이 있습니다. 바로 카탈루냐 특산주인 카바(Cava)입니다. 카바는 발포 와인입니다. 더운 날씨에 목 마를 때 마시면 최고입니다. 맥주의 청량감과 와인의 세련됨이 한잔에 녹아 있습니다.
낮에 한참 걷다가 카바 한잔이면 피로가 싹 달아납니다. 무엇이든 현지 특산을 애용해야 하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Appetizer   
스페인은 독일처럼 한 접시의 양이 많지 않습니다. 간단간단하게 여러 접시 먹는 스타일이지요. 원래로 치면 하루에 가벼운 식사를 여섯번쯤 한다니 한 접시에 많이 담는건 오히려 실례겠지요.
특히 스타터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양도 적당하고 맛이 좋아 입맛 돋구기에 딱입니다. 전 양이 많지 않아 메인 먹기 불편해서 스타터 먹기를 안 좋아합니다만, 스페인은 저랑 궁합이 맞습니다.


Sea food
재료 측면에서는, 지중해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해물이 돋보입니다. 멸치(앤초비)를 삭혀 빵에 얹은 메뉴는 정말 입맛 다시기에 으뜸이었지요.

그리고 홍합, 조개는 물론 오징어도 선호하는 재료입니다. 미국에서 오징어는 거의 괴물 취급 받지만, 스페인에서는 우리나라 만큼이나 인기있는 요리입니다. 특히 오징어 튀김 타파스는 우리나라 오징어 튀김보다 100배쯤 맛있습니다. 튀김 옷이 바삭거리지만 씹히는 맛이 부드럽고, 오징어의 신선함이 그대로 있어 질기지 않고 포동포동하게 튀겨냈습니다.
반면, 조개나 홍합은 현지에서 귀하고 비싼 축에 들지만,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비슷해서 강렬한 인상은 덜합니다. 맛은 좋지만 새로울건 없으니까요.


Jamon
또 하나 스페인스러운 재료를 꼽자면 하몬이 있습니다. 하몬은 독일이나 프랑스로 따지면 생햄과 비슷합니다. 다양한 재료를 다양하게 발효시키거나 숙성시킨 하몬은 스페인 식재료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Tapas
스페인요리에서 타파스 빼면 무슨 재미일까요. 타파스는 한접시에 간단한 일품 요리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매우 많은 종류의 타파스가 있습니다. 재료도 총망라이고 조리법도 각양각색입니다.

타파스 방식을 굳이 비교하자면 이자까야 비슷하달까요. 간단한 안주와 함께 가벼운 술로 배를 채웁니다.
한 접시씩 먹다보면, 배가 불러지는게 약 오릅니다. 가격도 2~4유로로 비싸지 않아 계속 맛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Pinchos
카탈루냐 음식은 아니지만, 바스크 요리도 스페인 미식에 속합니다. 바스크는 꼬치 요리인 핀초스가 유명합니다. 마침 발견한 바스크 요리점에서 핀초스를 먹었습니다. 담백하게 감겨드는 맛이 일품입니다. 메인 없이 이걸로만 배 채워도 행복하겠더군요.


Paella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볶음밥, 파에야입니다.
파에야는 사프란이라는 유명한 향신료가 들어가지요. 사프란은 예전부터 매우 비싼 향신료입니다. 1kg을 얻으려면 축구장 세배만한 넓이에서 15만 송이 정도를 수확해서 꽃술을 채취해야 한다니 안 비쌀 수가 없지요. 그래서 파에야는 다른 음식보다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쌉니다. 그리고 동방의 영향으로 쌀이 재료인 점도 독특하지요.

하지만, 카레나 다양한 볶음밥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가격 대비 효용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전, 이 사실을 확인하려 두 번의 식사 기회를 소모했다지요.


Cuatro Gats
대부분 식사는 다니다가 밥 때되면 근방에서 제일 나아보이는 곳에서 했습니다만, 가이드 북에서 점 찍어 놓고 다부지게 찾아간 집이 딱 한 곳 있습니다. '네 마리 고양이'라는 레스토랑인데, 피카소가 첫 전시회를 열었다는 곳이지요. 가게 이름도 파리의 '검은 고양이'를 본따 피카소가 지었다고 합니다. 겉에서 보면 매우 좁게 보이지만 그건 카페이고, 안에 다소 넓은 식당이 있습니다. 그 식당은 2층의 발코니와 1층 홀로 이뤄져 있지요.

이곳에서 전 세상 최고의 양고기를 먹었습니다. 저온에서 장시간 요리했다고 하는데, 양고기 냄새야 당연히 없고, 그 촉촉한 부드러움이 닭과 돼지, 소고기의 장점을 연상케 합니다.

정말, 스페인은 유럽의 전라도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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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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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iron의 생각

    Tracked from ironyjk's me2DAY 2010/04/12 20:52  삭제

    밥먹으러 가야겠구나 스페인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띠용 2010/03/22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헉 오징어튀김 아주 그냥 어오..ㅠㅠ
    저 두툼한 양고기도 먹고싶네요@_@

  2. 바르셀로나 2010/03/23 0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지난 겨울 와이프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갔다가 그 쪽 음식에 반했습니다. 전반적으로 inuit 님 의견에 동의하지만, 가격이 싸다는건 좀 ^^ (다른 비싼 유럽 국가에 비해서는 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한국 기준에서 볼때 말입니다.)

    10유로에 스타터 + 메인 + 음료를 파는 곳도 있긴 했었고, 2-4 유로에 타파 한접시를 먹을 수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레스토랑 entree는 거의 10유로를 넘어가고, 타파도 어지간한 것들(고기나 해산물이 조금 들어간 것들)은 대부분 5유로가 넘었습니다. 어떤 까페에서는 물을 3유로 이상 받기도 하더군요.

    마지막날에는 조금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애피타이저 2개 + 메인 1개 + 디저트 + 맥주 2병 해서 70유로 정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음식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포스팅에 동의합니다. 저희는 예산이 빠듯한 관계로 주로 빵이나 샌드위치 + 커피를 먹었는데, 어디서 뭘 시키건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은 말할 것도 없구요.

    • BlogIcon Inuit 2010/03/23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전 프랑스, 독일, 영국 등 물가에 적응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본 곳은 다 싸던걸요. 좋은 곳만 다니셔서 저랑 틀린가봐요. ^^

  3. BlogIcon Smartfool 2010/03/23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앗! 완전 음식책자에서 튀어나온듯한 사진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네요.. Appetizer / 해물 / 양고기 정말 완소 아이템들!! ㅠ.ㅠ
    바로 티케팅하고 가고 싶어요~ ㅎㅎ

  4. 머미 2010/03/23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제가 아는 사람들은 죄다 스페인 음식이 짜고 입에 안 맞아 고생했다던데, 이 친구들은 전부 어디서 싸구려 음식만 손댄 모양이군요. 덕분에 기대만발입니다. 언젠가 꼭.

  5. BlogIcon 대흠 2010/03/23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드님은 이제 퇴원했겠지요. 오랜만에 들르니 사진이 바뀌었네요. 전에 사진(그림)을 첨 봤을 때 웬지 모르게 빌리 조엘의 노래 'Stranger'가 생각이 났는데.. 지금 사진이 inuit님 이미지와 가깝단 생각입니다.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

    • BlogIcon Inuit 2010/03/23 2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퇴원했습니다.
      전에 사진이 은근 분위기가 있었지요. 근데 출처를 몰라서 항상 바꾸고 싶은 생각이 많았더랬습니다. ^^

  6. BlogIcon easysun 2010/03/23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네엽. 카바는 정말 좋죠. '샴페인'은 구경하고 '카바'는 마시고! ㅎ

  7. BlogIcon 나무  2010/03/23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눈에는 모두 푸짐한 안주로만 보입니다...ㅜㅜ
    사진으로만 봐도 먹음직스럽고 입맛에 맞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시방 배에서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급하게 들립니다.

  8. BlogIcon 엘윙 2010/03/23 2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멸치를 빵에 얹어먹으면 어떤 맛일지 몹시 궁금합니다.
    사진을 보니 다 먹음직스럽네요.

    • BlogIcon Inuit 2010/03/24 2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스는 짭쪼름 시큼달달한데, 멸치의 곰삭은 맛이 어우러집니다.
      감칠맛나고 입맛이 확 돌지요..

  9. BlogIcon 사진우주 2010/03/25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늦은시간에 들어오는 제가 잘못이군요ㅠ.ㅠ...

    닭반마리를 먹었는데도..식욕이 땡기는..시각이군요..ㅎㅎㅎ

  10. BlogIcon 금드리댁 2010/11/30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스페인에 가고 싶다는 생각 묻고 있었는데
    음. 믐식땜에 꼭 가야겠다는 ㅠㅠ 아이고 배고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