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시를 쓰는 가우디. 그를 찾는 하루 일정 중 둘째 글입니다.

Parc de Güell
체류기간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인지라, 비 쏟기 전 서둘러 구엘공원부터 갔습니다. 흔히 3호선 Lesseps에서 출발합니다만, Vallcarca 역이 훨씬 가깝고 체력소모가 적습니다. 언덕 위, 공원 옆구리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져 있어 매우 편하고 재미나게 올라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문으로 가면 공원만 맴돌다 나오기 십상인데, 옆구리로 들어가면 공원 후면의 정상부근에 갈 수 있습니다. 높이 올린 인공 돌탑이 있고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지요.

올라서면, 그 풍경이 기막히게 아름답습니다. 멀리 바다와 시가, 몬주익은 물론, 사그라다 파밀리아까지 한눈에 보입니다. 바르셀로나 고도 확보에는 구엘 공원을 가장 추천합니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가 영국식 공원도시를 짓고자 만든 야심찬 프로젝트였습니다. 환경과 조화를 이룬 이상적 도시인데, 부유한 사람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시내에서 먼 위치도 한 몫했고, 당시 가우디의 유명세가 덜 했던 탓인지 전체 60구역 중 두 구역만 팔려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체를 시민 공원으로 바꿔 개방했습니다.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폭포같은 축복을 받게 되었으니 가우디 개인적으로는 불운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천운입니다. 게다가 런던이나 파리 쯤이라면 입장료만 15유로 이상 매겨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아름다운 공원이 그냥 무료입니다. 대인배 바르사지요.

구엘 공원의 키워드는 자연입니다. 못쓸 자연을 인간이 개간하면서 다시 자연으로 되돌린 유일한 경우랄까요. 구엘 공원이 들어선 산등성이는 자갈이 가득한 돌산이었습니다. 그걸 통상적인 방법처럼 산을 깎고, 메우고, 석재를 잔뜩 써서 보강하면 돈도 많이 들지만 인공적인 조형물이 됩니다.

그래서 가우디는 산을 가급적 그대로 두고 인공다리를 놓아 길을 만들었습니다. 즉, 저 기둥 위에는 그냥 산에 있는 자연스러운 오솔길이 펼쳐지고 아래 내려오면 원시의 신전같은 조형물이 있지요.

두꺼운 통 돌이 아니고 대리석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껏 멋스럽습니다. 종유석 같기도 하고, 호빗족의 석굴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너무나 자연적인데 경이로와서 원시종교의 기운이 물씬 풍깁니다.

반면, 정문의 두 건물은 딱 동화속 집입니다. 가우디 답게 자연스러운 곡선과 절제하지 않는 색채감으로, 과자로 만든 집 느낌마저 납니다. 매일 저런 건물 보고 살면 마음도 착해질듯 합니다.

가우디의 상징과도 같은 트렌카디스 기법입니다. 못쓰는 조각 타일을 붙여 패턴을 만듭니다. 이미 100년전에 재활용을 솔선수범한 가우디입니다. 재활용과 예술은 종이 한장 차이. 저 막깨진 타일로 갖은 모양과 색채를 내는게 정녕 예술이지요.
일정한 타일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이는데만 익숙한 일꾼을 부리기 위해, 작업 당시 가우디는 내내 큰 소리를 지르고 세세히 붙일 곳을 지정하면서 열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색채가 나올때까지 수도 없이 타일을 붙이고 뗐다지요.

그리스식 기둥이 가득한 다주실 윗 공간은 대형 마당이고, 이런 가우디의 트렌카디스가 끝없이 물결치는 거대한 하나의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구불구불 독립된 공간이 있으면서, 하나로 연속된 벤치는 볼수록 경탄이 나옵니다.

구엘 공원의 상징인 도마뱀입니다. 전 사실 저 볼품없는 도마뱀이 무언데 사람들이 그리 사진을 찍나 했습니다. 구엘 공원에 가보니 알겠더군요. 저 도마뱀이 중한게 아니라 가우디의 모든 예술혼이 하나로 압축된 상징이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가우디의 트렌카디스는 물론이고, 서민적이고 해학이 넘치는 모양까지 말입니다.

Casa Vicens
가장 진귀한 건물입니다. 가우디 초기 작품이라서 그렇습니다. 직선을 배제하는 가우디 풍과 다르게 건물 전체에 직선이 마구 흐르고 있습니다. 또한 가우디를 지배한 이슬람풍 무데하르 양식의 강한 영향이 드러나 있습니다. 하지만, 가우디가 평생 구사하는 꽃무늬 타일, 원색의 배합, 아름다운 발코니 조각 등 가우디다움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걸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Palau Güell
구엘 저택입니다. 19세기 말에 바르셀로나의 세도가였던 구엘 씨는 가우디의 후원자였습니다. 그가 살던 구엘 저택이지요. 전형적인 관리의 저택이라 밖은 수수하고 안이 호사스럽다고 합니다. 입장시간이 지나 겉만 보고 그쳤는데, 수수함 속의 화려한 장식이 범상치 않습니다.

Finca Güell
구엘 공원, 구엘 저택에 이어 구엘 별장입니다. 도심에서는 떨어진 외곽에 있습니다. 캄프 노우에서 가깝습니다.

철제 용 장식이 달린 문이 대단합니다.

무엇보다 색채와 기하가 한껏 조화를 이룬 건물이 한참을 봐도 질리지 않도록 아름답습니다.

Güell, the happiest man
어찌보면 구엘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우디를 후원한 덕에 지금도 시내 곳곳에 그의 이름이 남아있지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살아서 가우디를 봤고, 가우디의 집에서 살아 봤던 그 기막힌 호사가 어느 유럽 황제에 비할까 싶습니다.

그 다음 부러운건 바르셀로나의 건축학도 입니다. 이 아름다운 구엘 별장을 건축학부에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다른 미술가의 작품은 자기 도시에 있을지라도 보기만 허락되지만, 이들은 그 속에 살면서 체험하며 배웁니다. 그들의 건축이 얼마나 생생하고 자연스러울까요.

Gaudi wannabe
바르셀로나를 걷다 보면 뾰족지붕을 상당히 많이 봅니다. 가우디의 영향입니다. 가우디가 레온 지방에 주교관을 지었는데, 뾰족지붕을 이용해 멋진 건축양식을 선보였습니다. 그걸 보고 감탄한 바르셀로나 장인들이 너도나도 뾰족지붕을 따라했지요. 그야말로 도시의 유행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 돌아온 가우디가 보고 몹시 당혹스러워했다고 합니다. 레온은 눈이 많이 오는 도시라 그 자연을 고려하여 뾰족지붕을 지었는데, 일년 내내 따뜻한 바르셀로나에 무슨 뾰족지붕이란 말입니까. 내면의 가우디와 따라하는 가우디의 차이가 이처럼 극명합니다.

역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 부를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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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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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띠용 2010/03/09 2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려한 디자인의 건축물들이 시선을 확 끌어당기네요^^

  2. BlogIcon 엘윙 2010/03/09 2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틀에 박힌 디자인도 아니고 산뜻하네요.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멋져보이다니 대단합니다. 바르셀로나를 가우디가 먹여살린다는 말도 있군요..크크크.
    근데 일은 언제 하시나요 -_-?

    • BlogIcon Inuit 2010/03/09 2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거의 백년이에요. 대단하죠?
      저도 가우디가 없었다면 바르셀로나에 대해 이런 애틋한 애정 갖지는 못했을겁니다.

      일은 하루의 대부분 시간에 하죠. -_-

  3. BlogIcon Beatle 2010/03/10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우디에 대한 두 편의 글을 감탄하면서 잘 보았습니다. 잘 모르는 도시에 처음 들어보는 건축가... 정리가 안되요. 멋져요. 도시=자기자신의 공식을 만들어 낸 멋진 사람. 그냥 결론은 버킹검. 그래서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로구나... 그리고 정말 빨려드는 가우디 안내서 ㅎㅎ

    철학없는 모방에 대해서는 가우디의 시대뿐 아니라 요즘도 여기저기서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 BlogIcon Inuit 2010/03/11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이야기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우디 접하고 나면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게 가우디의 매력같아요.
      강압하지 않고 이끌어 내는.. ^^

  4. BlogIcon 해피씨커 2010/03/10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로셀로나 갔을때.. 숙소가 마침 구엘공원 근처라
    아침마다 마실(?) 갔었었죠.
    도시내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듯;;

    • BlogIcon Inuit 2010/03/11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헉.. 좋으셨겠어요.
      저도 구엘 공원이 제일 좋았구요.
      여건이 되면 매일 출근하고 싶은 곳입니다.

  5. BlogIcon mode_ 2010/03/10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가우디 건축 사진을 봤을 때 세상천지 이런 천국이 있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우~~ 도대체 저 오빤 뭐 믿고 저리 잘난겨~

  6. BlogIcon LaStella17 2010/04/13 1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습니다. 왠지 해가 지면 건물에서 잠자던 요정들이 나와 뛰어놀 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