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일정으로 인해 하루 여유가 생긴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볼 것 많은 바르셀로나지만, 전 주저없이 가우디를 택했습니다.
City of Gaudi
어느 한 도시를 한 사람에 결부시키는 것처럼 어처구니없고 어리석은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입니다. 그래서 하루 생긴 귀한 시간을 가우디를 쫓는데 쾌척했습니다. (물론 막간에 아들을 위한 시간도 냈지만 말입니다.)
Art in Barcelona
먼저 가우디를 이야기하기 전에 바르셀로나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구시가에는 파블로 피카소 미술관도 있지요.
이렇듯 스페인 동부, 카탈루냐 속, 바르셀로나에는 예술혼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특히, 미로와 피카소에겐두드러진 특징이 있지요. 대담하고 강렬한 색채와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입니다. 바르셀로나를 가보고서야 그 두 거장의 예술세계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습니다.
예컨대, 피카소의 초기 작품의 극사실주의가 중기 이후 큐비즘으로 넘어가는데 파리 유학과 바르셀로나 시절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우상을 직접 그리지 못하고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성화를 그리던 이슬람 문화가 만발한 바르셀로나를 거치지 않고서, 피카소가 순수히 사념만으로 큐비즘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피카소 미술관에서 초기부터 말기까지 온 시기를 연대기로 본 결과 저는 강력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예술가들의 자유분방함은 카탈루냐 지방의 문화적 융합, 포용성, 높은 경제적 자유, 그리고 중앙정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정신이 밑바탕에 깔렸다는 점을.
Modernismo in architechure
마찬가지로 카탈루냐의 고유 문화를 만들고자 했던 모데르니스모(modernismo) 운동 또한 맥락을 공유합니다. 특히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Domenech i Montaner),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푸치 이 카다파르크(Puig i Cadafalch)의 건축가 삼총사가 카탈루냐 건축의 기념비적 작품들을 만들어갑니다.
그 중 걸출한게 가우디입니다. 위에 보듯 몬타네르나 카다파르크 모두 건축가가 아니라 예술가 급으로 독특한 미학을 뽐냅니다만,
애석하게도 가우디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합니다. 위 사진 다섯 건물 중, 1번이 그 유명한 몬타네르고 4번이 카다파르크, 5번이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입니다. 직접 보면 왜 가우디, 가우디 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1, 4번 건물은 쇼핑점으로 쓰이기 때문에 그게 모데르니스모 역사 건물인지 모르는 관광객도 태반입니다.
하지만 가우디는 모른척 할래야 모른척 할 수가 없습니다. 가우디기 때문이지요.
Poet of stone
다른 건축가가 산문을 쓴다면, 가우디는 시를 씁니다. 좋게 봐서 다른 건축가가 서사시를 썼다면, 가우디는 서정시입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마음에, 눈에 들어와 박힙니다.
하다 못해 가우디의 이중십자가, 모양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어느 방향에서 봐도 십자가인 그 발상은 하염없이 보고 또 보게 만듭니다.
그라시아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카사 밀라(Casa Mila). 현지 지도에서는 속칭 그대로 페드레라(La Pedrera)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름 몰라도 가장 번화하고 상업적으로 발달한 그라시아 거리 걷다가 뭔지 몰라도 한참 쳐다보게 되는 건물입니다. 페드레라라는 말은 채석장이란 뜻입니다. '자연에 직선은 없다'는 가우디 철학이 구비구비 구현된 건물이지요. 또한 유일하게 가우디 작품 중 단색 건물이기도 합니다.
Artwork of life
좀 더 애절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 가족 성당은 바르셀로나 시민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1883년에 가우디가 책임을 맡아 평생의 혼을 담은 곳입니다. 가우디는 구조 및 하중설계가 가능한 탁월한 공학자였고, 틈만 나면 모형을 갖고 하중을 분산시키는 포물선의 구조, 들보의 형태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를 여러 건물에 적용했었고, 그 모든 목적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설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서나 보일정도로 높지만, 예전 사진 보면 정말 허허 벌판에 산을 하나 만든 정도의 고난도 작업이었습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에 헌신하는 마음으로 이 성당일을 잊지 않고 매달렸습니다.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은 1~2년에 끝났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공사가 더딘 이유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규모도 컸지만, 재원이 오로지 헌금으로만 진행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인부 서너명이서 작업을 했다고 하니 우공이산이 따로 없습니다. 보다 못해 가우디의 친구가 신문에 몇 번 컬럼까지 썼다지요. '다른 곳도 아니고 이 부자 땅 바르셀로나에서 돈이 없어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짓지 못한다는게 말이 되느냐. 이 떨어진 도덕심, 신앙심을 어디가서 하소연해야 하느냐.'
결국 말년의 가우디는 내전으로 설계 사무실이 파괴되어 비루한 모습으로 성당 공사장에서 기숙하며 지냈다 합니다. 그리고 1926년 어스름 새벽. 기도하러 길을 건너던 그는 전차에 치어 쓰러집니다. 그러나 허름한 행색때문에 행려병자로 오인되어 그는 병원 이송도 늦고, 가까스로 병원가서도 다시 치료도 못받고, 심지어 죽어 영안실에 버려진채로 며칠 지나서야 발견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기른 천재를, 바르셀로나만 사랑한 열혈 시민을 바르셀로나는 허무하게 매장했지요. 제가 바르셀로나 사람이라면 가우디 앞에 고개를 못들겠습니다.하다못해 그라시아 거리의 가로등도 가우디 작품이고,
6각형 보도블록도 가우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서두에 말했듯, 제가 오류를 무릅쓰고서라도 바르셀로나를 가우디의 도시라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길어져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에는 가우디의 작품을 좀 더 세밀히 보는 기회를 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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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가우디 건축물 카사밀라(Casa Milà)의 모든것 - 두번째 이야기
Tracked from 세상한바퀴 102040리 2010/04/14 18:10 삭제바르셀로나란 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Plàcid Guillem Gaudí i Cornet)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 카사밀라의 모든것을 공개합니다. 그 두번째 이야기는 카사밀라 테라스(옥외층)입니다. ' 히야... 옥상에다가 돈 많이 들였구만...' 날씨도 환상적이다. 겨울이라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오후의 햇살은 따사롭다. 흡사 작은 조형공원에 있는듯하다. 모르면 배우자! 지붕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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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멋진 가우디이네요.
사진으로도 감동이 전해지는데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면 .....
정말 세상은 넓군요.
격물치지님이 <서울 베낭 여행중 삼청동 북카페에서 보셨다던
세상은 한권의 책이다. 돌아다니지 않으면 단지 몇 페이지만 읽다 끝난다.>
란 구절을 다시 절감하게 되네요.
좋은 오늘 되세요,
전 개강일이라 경주입니당. 히히
경주.. 좋은 곳에 가셨네요. ^^
공부도 하지만, 고도의 멋도 한껏 즐기셨음 합니다.
가우디는 건축사에서도 제외된 인물이라고 해요...
건축사적인 흐름에서 포함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나고 독특해서 건축사에 포함시키기가 힘들어서..^^;
전무후무한 실력이었던거죠..bb
당대에도 건축계에서 외면당했다던데...
참 아쉽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느낌이 오는 그런 천재성은 동료의 인정이 중요하진 않겠지요.. ^^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를 만나고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탕
'아니 이 천재는 뭐냐!!'
그 뒤로 사람들이 '유럽에서 어디가 좋았어?'라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바르셀로나를 삼위 안에 랭크시킵니당
오.. 포롤님 이미 가우디를 영접하셨군요. ^^
저도 바르셀로나가 top 3 안에 듭니다.. 가우디 덕도 크고요. ^^
사실 제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유명한 건축물들이 아니라 바로 저 가로등과 박돌들이었거든요. 명품은 마무리에서 남다르다죠. 명품도시란 저런걸 두고 말하는 거겠죠. 으리으리한 건물이나 지어올리는게 아니라요. 바르셀로나 다녀온뒤로 서울 가로등 보면 한숨만 났답니다.
정말, 저 가로등은 명품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저도.
보고 또 봐도 아름답지요.
원가차이가 그리 많지도 않을텐데 그 정서적 효과를 고려하면..
가우디 없더라도 가우디를 품을 철학이 중요하겠죠. ^^
흠냐.. 가우디 오빠.. 아니 가우디 마마... ㅠㅠ
하하.. 모드님 취향에도 어울릴듯한 가우디님이십니다. ^^
가우디 지못미..흑흑..
건물이 하나의 유기체 같이 보이네요.
스페인 못가게 생겼는데(대신 다른곳으로 후후후)이누잇님의 글을 보며 대리만족해야겠습니다.
맞아요. 건물이라고 보기 힘들지경이에요.
돌이 아니라 플라스틱 몰드로 찍어낸 장난감집 같기도 하고.
근데, 스페인 대신 어디로 간대요..
그 유명한 가우디라고 하지만, 그 사람을 이렇게 글로 생생하게 살려내시는 inuit님 능력도 대단합니다.^^;;
음.. 제가 능력이 되면 좀 더 가우디에게 멋진 헌사를 바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우디 건물을 직접 보면 막 뭔가 해주고 싶어요 ;;;
가우디를 알고 갑니다.
그 죽음이 참 허무한...
개인적으로 마지막의 6각형 보도블럭이 마음에 좋네요.
실제 보면 더 낫더군요.
미술책에서 가우디의 성 가족 대성당을 보고 전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경건하기만한 성당의 이미지를 뿌리채 흔들었거든요. 흡사 카타콤과 비슷한 느낌이었죠. 그런데 그의 마지막도 카타콤과 닮았군요. 누구보다 멋진 열정을 갖고 있었지만 지하에 숨어 지내야 했던 그들처럼요.... ㅜㅜ
스텔라님은 예술관련 일 하시나요?
그런 느낌이 나요.. ^^
말씀처럼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기암 같은 느낌이 납니다.
사람이 만든건 알면서도 경외감이 묻어나는..
예술을 동경하는 평범한 이공계 휴학생입니다. 이공계라지만 거의 오기로 들어간거라 적성엔 안 맞아요; 작가와 작품이름 외우는 건 못하지만 보는 건 좋아한답니다~ ^ ^
오.. 이공계시군요. ^^
사실 예술은 인생의 일부인데 전공이 상관있겠습니까.
바보같은 질문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