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20대 쯤에게 바르셀로나라고 하면 무슨 생각날까요. 아마 가장 많이 답할 것이 바르셀로나 FC일겁니다.

그 유명한 캄프 노우(Camp Nou)에 들렀습니다. 앞 포스트 댓글에도 말했지만, 축덕 아들 둔 아빠가 열 일 제치고 들렀던 곳이지요.

아이에게 선물로 줄 유니폼을 샀습니다. 유니폼만 사는건 시내 곳곳에 정품 샵이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카탈루냐 광장, 포르트 벨 등) 비공인 제품까지 더하면 바르셀로나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하지만, 바르사의 정기가 숨 쉬는 캄프 노우 제품이 아니라면 은근 짝퉁 같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구장은 흔히 '노우 캄프(new camp)'라고 불리지만 카탈루냐 어로는 '캄프 노우'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스페인의 복잡한 사정을 읽게 됩니다.

스페인은 크게 특색 있는 네 지방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남부의 안달루시아, 동부의 카탈루냐, 중앙의 카스티야 그리고 북부의 바스크 지방이지요. 더 세분하면 아라곤이니 레온 등이 있지만 위의 네 구분이 어느정도 극점의 의미를 지닐 정도로 또렷합니다. 오죽하면 "낙천적이고 유머감각이 있고 허풍심한 안달루시아 인은 기도를 하고, 명예에 집착하고 일을 경시하는 카스티야 인은 꿈을 꾸며, 거칠고 부지런한 바스크 인은 일을 하고, 경제관념이 밝은 카탈루냐인은 저축을 한다"('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 최도성 저)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레콩키스타 말엽, 앞서 말한 이사벨이 카스티야 왕국의 여왕, 페르난도 2세가 아라곤-카탈루냐의 왕으로서 결혼하여 스페인은 '연합적 통일'을 이룹니다. 이제 남은 지역은 이슬람이 점령하고 있는, 또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 지역이지요. 위의 구분으로는 안달루시아입니다. 1492년 알함브라를 점령함으로서 800년간의 국토회복이 끝납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도 특색있는 지방들이 너무도 오래동안 갈라져 지냈다는 점이지요. 사실 스페인 각 지역은 각기 왕국이었습니다. 바르셀로나도 왕국이었지요. 더 문제는 최초의 통일이, 통합 아닌 연합이었다는 점입니다. 이사벨은 페르난도 2세의 부인으로서 카스티야를 그대로 통치하고 각 나라의 풍습과 관행도 독자적으로 존재합니다.

결국, 스페인은 각 지역이 느슨한 연방제라는 정서가 강하지 통일 국가라는 사고는 거의 없습니다. 독일이 지방 분권적 성향이 강하고 한술 더떠 이탈리아가 도시국가적 자율성이 매우 심하다고 합니다만, 저는 스페인처럼 한 나라 안에서 뚜렷하게 감정적 대립이 심한 곳은 못 보았습니다.

가장 대표적 예가 바스크 지방인데, 바스크는 언어학자의 미궁이라 불리울 정도로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종적으로도 고립된 섬 같은 민족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스페인의 한 지방이지요. 그리고 그들은 독립을 주장합니다. 그 중 극렬분자가 바로 ETA이지요.

어찌보면, 여러 지역 중 일찌감치 독립에 성공한 지역은 포르투갈이라는 국가가 되었고, 나머지 지방은 영원히 독립을 꿈꾸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중 정치의 중심인 카스티야, 특히 마드리드에 가장 강력하게 대립한 지역이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정점으로한 카탈루냐입니다.

카탈루냐는 일찌기 경제적으로 고도의 성장을 하여, 자유분방한 사고와 중앙정부에 대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유명한 스페인 내전 당시 좌파와 아나키스트의 구심점이 바르셀로나였지요. 당시 헤밍웨이, 조지 오웰, 카파 등 유명 지식인이 대거 참여하여 결성한 '국제 연대'는 세계사에 유래 없는 일입니다. 순수하게 이념을 중심으로 싸웠기에 이탈리아 좌파가 진압군인 이탈리아 국군과 싸우기도 했었지요. 물론 지나치게 낭만적인 경향으로 인해, 좌파는 극심한 사상자만 내고 구심점없이 흩어져 프랑코가 승리하게 됩니다. 당시 바스크의 게르니카를 독일군에게 요청하여 신무기인 항공폭격 연습장으로 사용하게 만든 사실은 피카소 그림으로 영원히 참상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프랑코 집권 후 강력한 중앙집권과 지방 말살 정책을 펼칩니다. 흔히 그렇듯, 정복자의 시각으로는 '이념적 통일' 작업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카탈루냐는  카탈란이라는 자신들 만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이 언어의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축구만 해도 프랑코는 마드리드 팀에 각종 지원을 했지요. 레알 마드리드의 레알은 왕실에서 인정한고 보조하여 레알(royal)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 어와 에스파냐 어를 병기합니다.]

 
따라서 바르사 또는 FC 바르셀로나는 바르셀로나 뿐 아니라 카탈루냐인의 염원을 담아 마드리드와 대리전을 아직도 펼치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바르사와 마드리드 전은 승부 이상의 한이 서려있기도 한 것이구요.

말 나온김에 좀 더 보면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고향 사랑은 각별합니다. 바르셀로나 어디든 중요 장소에 보면 깃발이 네 개 걸려 있습니다. 왼쪽부터 EU, 카탈루냐, 스페인, 바르셀로나 깃발입니다. 특히 속설로 전하길 카탈루냐 깃발은 마지막 전투에서 카스티야 장군의 황금 갑옷에 카탈루냐 왕이 피로 물든 손을 그어 노란 바탕에 빨간 손자국 네 줄이라고 할 정도로 카스티야에 대한 원한이 각인되어 내려옵니다. 바르셀로나 깃발은 카탈루냐 문장에 바르셀로나 수호성인 산 호르디(성 조지) 깃발이 복합되어 있지요. 바로 FC 바로셀로나 문장은 그 유구한 한의 역사를 피로 새긴 상징인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 간 경합은 단순한 클럽 간 더비가 아니지요.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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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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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띠용 2010/03/02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히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로 갔을때 바르셀로나 팬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했던걸로 알고 있어요~
    동영상 하나를 봤는데 코너킥 차는 피구에게 온갖 욕설과 오물투척, 병투척 하는 그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그게 역사적인 이야기들이 결합된것이라고 알게 되면 그게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구요

    • BlogIcon Inuit 2010/03/02 2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르셀로나에서 자살하고 싶으면, 사람많은 광장에 가서
      "I love Figo!"
      를 외치면 된다는 말도 있지요. ^^

      근데, FCB 샵에 가보니 피구 유니폼이 떡 있길래 놀랐지요.
      물론 국제적인 관광객 팬들 때문일텐데, 상업적인 목적인지 팬 서비스인지는 미지수.. ^^

  2. BlogIcon 해피씨커 2010/03/03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2003년 여행중에 깜노(전 여행중에 만난 바로셀로나출신친구에게에 세뇌당해 항상 깜노라고ㅋㅋ)에 들려서 어웨이 유니폼샀는데, 이게 우리나라에서 구할수 없는거라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죠. 아드님이 좋아했겠네요 :)

    • BlogIcon Inuit 2010/03/03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세뇌 제대로 당하셨군요. ^^
      말씀처럼 나름 레어 아이템이라 소중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3. BlogIcon DREAMER 2010/03/03 0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들은 경기장의 명칭은 누깜(캄)프였습니다. ^^ 저는 90년대 후반에 (브라질의) 호날도가 뛰던 시절의 바르셀로나가 제일 기억에 남더군요.

  4. BlogIcon 토댁 2010/03/03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동권이 아드님이 무척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입학식 잘 마치고 왔습니다.
    잘 하리라 믿지만 그래도 뒤숭생숭한 것이 이 애미의 맘입니다..에효...

  5. BlogIcon 은닉비 2010/03/03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르셀로나에 가셨었군요. 부럽습니다
    바르샤 홈에서 축구하는거 볼 날이 저에게도 올까요? ^^

  6. BlogIcon 감은빛 2010/03/04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스페인의 상황을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스포츠 경기를 통해 지역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태도.
    우리나라의 지역감정과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 역사적 상황이 완전히 다르긴 하지만요.

  7. 2010/04/10 05: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마냥 큰 클럽들 간의 알력싸움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역사적인 바탕에 기반한 신경전이었군요! 저도 언젠가 깜노에 가서 응원하고 져지랑 트리콧도 사고..그러고 싶어요..독일에 있지만 분데스리가보다 라리가가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하고..저는 영원한 바르샤 팬! 챔스리그 우승도 했음 좋겠네요 :)

  8. BlogIcon Ordinary 2010/06/01 0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왔는데, 교수가 까딸루냐어로만 수업을 해서 못알아들으며 괴로워 하던 장면을 보며 신기해 했었지요.^^
    지난주에 이른 여름휴가로 스페인에 다녀왔는데, 때마침 축구씨즌이라 마드리드 시내는 2002년 월드컵을 방불케 했었지요. 스페인 사람들의 축구사랑은 대단한것 같습니다.

    • BlogIcon Inuit 2010/06/02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정말 그래요. 국력에 비해서 축구력이 더 큰 것만 봐도 알수 있을듯 해요. ^^
      스페인으로 휴가 다녀오셨다니 정말 좋았겠어요. 저도 몇년후 그러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