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인 90년대 초반, 당시에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 중의 하나가 카피라이터였다.
촌철살인의 문구로 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고부가가치 직업.
그런 정도의 포지셔닝만으로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 역시 아주 잠시 관심을 가졌던 직업이다.

나중에 10년이 지난후 MBA과정에서 다시 만난 광고.
마케팅의 한 분과인 Promotion에서 잠시 다뤘던 광고는, 경영자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내게 있어 소비자에게 이뤄진 노출이 구매행위로 이어지는 심리적 매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다소 모호한 분야였고, 필요하지만 그 용처가 제한된 하나의 툴이었다.
특히 매스 마케팅의 시대가 지난 상태에서 그 효용성이 지극히 의심스러운 그러한 tool.

갑자기 우리나라 광고의 역사를 다룬 이책을 집어든 이유는 광고나 마케팅에의 관심이 아니라, 창의성(creativity)의 첨단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음일게다.

막상 책장을 여니, 단순한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생성에 대한 것이 아닌 그를 만드는 사람들 삶의 이야기이다.
모 광고인 저널에 실린 인터뷰를 근간으로 우리나라 광고에 한 획을 그었던 광고인의 인물 열전인 것이다.
그래서 이책은 광고라는 소재를 제외한다면 치열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 역정에 대한 책이다.
따라서, 광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 있을 정도의 일에 대한 자세, 삶에 대한 자세, 그리고 creativity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히 나온다.
결국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창의성은 부단한 노력에 의한 정보의 축적, 그 무관한 정보간의 이질성을 통찰하여 새롭고 다르나 좀더 나은 독창성을 불어 넣는 창조적 프로세스에 의해 나오고, 그를 위해 각인각색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나 그 본질은 같았다.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일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 좀더 추가하자면 다양성에의 열린 자세와 최고가 되겠다는 프로페셔널리즘.
그런 요소가 중요한 듯 싶었다.

광고 자체만 놓고 보면, 이력의 발판에 따라 광고가 예술이냐 과학이냐에 대한 양분된 시각이 존재하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했고, 가장 멋진 카피는 한방에 흥미를 끄는 요소가 아니라 우리 말의 빼어남을 살리며 은근히 마음에 스며들며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는 카피라는 여러 고수의 증언도 새겨들을만 했다.
또한 비주얼이나 표현 자체에 에둘려 어느 브랜드를 갖다 붙여도 상관없는, 또는 결국 어느 브랜드인지 기억을 못하는 일부 젊은 광고인들의 작품에 대한 지적은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진짜 성공한 광고인은 표현자체의 창조성과 광고 본연의 기능인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성,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자 광고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매출, 이 중요 요소의 절묘한 균형을 깨닫고 삶과 일에서 이를 달성하려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면에서 일견 광고를 쉽게 보았던 나의 짧은 식견을 수정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창의성에 대한 관심으로 첫장을 열어, 삶에 대한 고민을 갖고 막장을 닫은 책.
한 20년쯤 후에 이 책의 후편이 다시 나온다면 우리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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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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