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면 잘 아는 편입니다. 솥단지를 걸고 살아 봤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미국 한번 안 다녀온 사람 없고, 미드 등으로 워낙 잘 알려진 미국입니다. 게다가 이젠 식상한 스타벅스. 전 스타벅스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는 수도 없이 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이제 스타벅스는 진부함의 영역으로 진입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스타벅스를 제목에 버젓이 달고, 미국 문화를 해부하겠다는 책이 나왔습니다.

가뜩이나 바쁘고, 읽고 싶은 책은 많은 저입니다. 단언컨대, 제가 높이 평가하는 눈콩님이 원츄를 날리지 않았다면 거들떠도 안 봤을 책입니다. 편집자이신 눈콩님이 '장난아닌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료하다. 약간은 건조한 문체지만 담백하다.'는 평을 했으니 안 볼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문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제게 호기심과 궁금증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게 하는 포스트였지요.

강인규

책은 꽤 괜찮습니다. 미디어 학자답게 가벼운 일상과 문화의 보풀을 끝까지 물고 들어가 속살을 규명합니다. 예컨대 미국 문화의 정수인 슈퍼볼 시간. 수많은 광고가 몰리는 그 시간에 저자는 화장실로 달려가는 인구를 눈여겨 봅니다. 쉬는 시간에 변기내리는 물의 양이 나이아가라 폭포가 39분 떨어지는 양이라고 합니다.
 
또 수입한 축제인 성 패트릭의 날과 할로윈은 늘 거기 있던 축제가 아님을 지적합니다. 사육제가 필요한 미국인에게 상업자본이 선사한 선물인거지요. 압권은 추수감사절입니다. 정부에서 국가 체제 융합을 위한 이데올로기로, 예전 미담을 불러내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날짜까지 한 주 앞당겨 만들어낸 완벽한 인공 명절이지요.

초반엔 가볍게 커피와 화장실, 재즈와 축제 등을 이야기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날이 섭니다. 총기사건이나 의약난민, 디즈니의 배급횡포와 인종 문제까지, 미국 사회의 근원적 문제를 조준합니다. 작은 정부와 자유롭고 비대한 상업자본의 조합이지요. 미국이 지닌 멋진 가치도 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황당한 구조적 결함을 꼼꼼히 잘 정리했습니다.

이 책은 실험 없는 컬처 코드입니다. 주관적이고 과학적 검증은 없지만, 읽다보면 수긍가는 미국의 이면을 헤집습니다. 문화적, 정신적 코드를 해독합니다. 전 문체는 고사하고 내용에 매혹되어 숨가삐 읽었습니다.

편집도 아주 상큼하고 깔끔합니다. 컬럼 모음을 다시 엮은지라 챕터가 각각입니다. 지하철 오가면서 또는 누구 기다리면서 정신 없이 읽기에 딱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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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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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소심한 사내의 미국읽기: 강인규 (2008)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Tracked from 류동협의 맛있는 대중문화 2009/06/11 03:16  삭제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필자와 나는 대학원 선후배로 아직도 연락하는 친한 사이라서 대놓고 비평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그런 부담을 무릅쓰고 읽고난 소감을 ...

  2. Subject: 내가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이유

    Tracked from 인퓨처컨설팅 : 당신의 전략 파트너 2009/06/16 09:00  삭제

    요즘 들어 스타벅스에 자주 갑니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보다 그곳에서 커피 한 잔을 홀짝거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한량 내지는 불한당처럼 들리겠지만, 그렇다고 노는 건 아닙니다. 그곳에서 저는 몇 군데 전화를 하고 강의 준비도 합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눈이 아프거나 졸리면 인터넷 서핑으로 달랩니다. 어쩌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흥적으로 글을 쓰기도 하죠. 스타벅스는 또다른 사무실인 셈입니다. 의자는 사무실의 것보다 작고 딱딱..

  3. Subject: 스타벅스 20만원권

    Tracked from 블로그저널 만학박식 2009/06/20 09:20  삭제

    텍스트큐브에서 받은 20만원. 요새 텍스트큐브에서 100명에게 쏜 상금 이야기가 많이 올라 오는군요. 가장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20만원 상금의 베스트 블로거인데 나도 부끄럽게도 그중에 하나로 걸려서 포트폴리오로 부터 전화를 받고 한참 고민 했다. 도메인 유지비로 받거나 블로거들의 모임 지원비 라고 하면서 스타벅스 티켓 두 종류에서 택일 하라고 한다. 나는 개인 도메인이나 호스팅은 사실 더 필요가 없음으로 스타벅스 사용권을 받기로 했다. 20만원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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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mooo 2009/06/11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음, 읽어야할 책이 한 권 늘어나는 건가요. :-)
    밀린 책이 많아 당장은 읽기 힘들 것 같고, 나중에 여력이 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Inuit 2009/06/11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휴가 때나 해외 출장에 딱 어울리는 책이죠.
      아니면.. 따분한 일상에 지하철에서?

  2. BlogIcon 초서 2009/06/11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이 흥미진진한데요? 서점에 가서 일단 눈팅을 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6/11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서님은 읽어보셔도 좋을듯 하네요.
      많이 아시는 내용일테지만, 혹시라도 새로운거 있으면 도움되실거에요. ^^

  3. BlogIcon mepay 2009/06/11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Inuit 님이 추천하시니.. 꼭 봐야 겠네요.

  4. BlogIcon 쿨짹 2009/06/11 0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읽어보고 싶은데요.

    제목이 좀 그렇지만... ㅎㅎ

  5. BlogIcon 궁시렁 2009/06/11 0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읽어볼 책 목록에 올려놓아야겠습니다. ㅅㅅ

  6. BlogIcon 쟈꼬모 2009/06/11 0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읽고 있는 책 제목이 “교회, 스타벅스에 가다” (The Gospel According to STARBUCKS, 국제제자훈련원)인데, 계속 스타벅스 시리즈로 읽어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7. BlogIcon Sammie 2009/06/11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들 화장실에 달려가는 시간에 수십 억대를 쏟아붓고 있었군요..재미있는 책 같아요.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BlogIcon Inuit 2009/06/11 2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바로 그말입니다.
      많은 회사들은 나름 기대를 하고 있는데, 물의 양으로 추정컨대.. 변기가 호황입니다.
      어떤 마을은 물이 부족해 한번에 가지 말라고 한다나요.

    • BlogIcon Sammie 2009/06/13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슈퍼볼 때 광고를 한단 것만으로도 브랜딩이 된다고 생각하니 다들 그렇게 헛돈을 들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광고가 재미있으면 나중에 동영상으로도 잘 돌아다니고...미디어에서도 그떄만큼은 잘 다뤄주는 것 같고...

    • BlogIcon Inuit 2009/06/13 1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론 남아서 보는 사람이 많겠지요.
      말씀처럼 후속으로 이슈를 만들기도 하구요.

      아무튼 광고회사의 바람만큼 사람들이 중간시간에 진지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어요. ^^

  8. BlogIcon 꼬미 2009/06/11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휴가때.. 가볍게.. 이게 확~ 와닿는군요~
    일단 보관함에 살포시 저장해야겠습니다.. ^^

  9. BlogIcon 영민C 2009/06/11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속으로 찍는 사진님의 글과 독서 릴레이를 통해 Inuit님 블로그를 알게 되었는데 종종 놀러오겠습니다.

    그나저나 기술서적말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올때마다 뜨끔할것 같습니다. ^^;

    • BlogIcon Inuit 2009/06/11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알게 되어 기쁩니다.
      자주 뵙길 바래요.

      저도 경영관련한 책과 뇌 책 말고 다른 책은 거의 못본다능..

  10. BlogIcon 김젼 2009/06/11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nuit님, 혹시 영업, 마케팅쪽에 계신지?
    있는 그대로의 리뷰를 쓰신거겠지만
    어쩜 이렇게 맛깔나게 쓰셔서 구미를 당기게 하시는지. ㅎㅎㅎ
    저도 위시리스트에 저장해두겠습니다. ^ㅡ^

  11. BlogIcon 유정식 2009/06/11 1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글(?)을 씁니다. 시끄럽고 불편하지만, 이상하게도 잘 써집니다. ^^

    • BlogIcon Inuit 2009/06/11 2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스타벅스에서 글쓰고 싶어요.
      넷북의 로망!

      (책에도 그점을 지적합니다. 글쓰는 공간으로서의 스타벅스 의미..)

  12. BlogIcon 눈콩 2009/06/11 2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괜찮다고 하셔서 휴~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 워낙 바쁘신데 괜한 책 이야기한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했거든요. ㅎㅎ

    그리고 제 블로그 들여다보고 좀 놀랐어요. 거의 깊은 산속 옹달샘이었는데..... inuit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던 하루였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6/11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덕분에 좋은 책 잘 봤구요.. 사실 눈콩님 집에 놀러가기 겁나요.
      은근히 펌프질을 제대로 하셔서 저같이 책탐하는 사람은 덜컥 걸리기 딱이지요. ^^

      그래도 고맙습니다. ^^

  13. BlogIcon 엘군 2009/06/12 0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찬이군요- 꼭 보겠습니다!

  14. BlogIcon 태현 2009/06/12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인터넷서점에 추가했습니다.
    이정도면 '호평' 이상인데요 ^^;

  15. 김희진 2009/06/13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가 한국을 가는데 무엇이 필요하냐구 물었는데...
    ㅎㅎㅎ 부탁할게 생겼답니다.

    초대장 부탁하러 들어와서 여기 글에 빠져 아예 자리잡고 둘러보고 있답니다.^^

  16. BlogIcon 하쿠 2009/06/14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있습니다~ 미국 안갔다온 사람~ ^^;;

  17. 쭈야 2009/06/15 16: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이 왜 블로그, 블로그하나 했습니다..
    Inunit님 블로그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제자신을 보며.. 여기는 단순히 가상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 곳이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많이 배우고 갑니다.^^
    조만간 블로그 정비하고.. 다시 댓글 남길께요.^^
    너무 새로운 경험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6/15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쭈야님 반갑습니다.
      말씀대로입니다.
      이 글도 제 포스팅의 몇배나 되는 길이로 많은 분들이 소통하지요.
      전 자리만 펴고 있습니다. ^^;

      쭈야님도 블로그 해보세요. ^^
      또 뵙기 바랍니다.

  18. BlogIcon 유정식 2009/06/16 0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련된 글 걸어 놓고 갑니다. 후다닥~~.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19. BlogIcon 아톱 2009/06/21 1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앞으로 진짜 읽어봐야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