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를 넘어서

Culture 2009/05/27 00:09

아침에 아들이 울며 깼습니다.
아빠 죽는 꿈을 꿨답니다.
요즘 노 전대통령 이야기가 많아서, 뒤숭숭하니 그런 꿈을 꾼 듯 합니다.

* * *

저도 어쩌다 보니 밤마다 술입니다.
한달 먹을 술을 요 며칠 다 마신듯 합니다.

* * *

아이의 불안을 달래주고 싶었습니다.
삶과 죽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사는 동안 어찌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점,
죽어서도 좋은 기억을 주는 삶이 어떤건지..

담배를 보니 울컥


* * *

끝없이 늘어선 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노 전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목적함수는 '걸어서 나가겠다'였습니다.
전임 대통령들이 임기 말년에 정치적으로 반신불수가 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지요.
초기부터 측근은 물론 개인의 처신에 만전을 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부터 탈탈 털어 조사하여 나온게 많아봤자 140만 달러 정도 되나봅니다.
5백만 달러는 투자이니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겠지요.  
지금 제 이야기에서 정확한 액수가 중요한건 아닙니다.

이 오갈데 없이 허허로운 애도의 마음이 산발적으로 흩어지는게 아쉬웠습니다.

* * *

예를 들어 말입니다.

분향객 중 여유가 되는 사람이 만원씩만 모은다면 어떨까 상상합니다.
300개 분향소마다 천명이면 30만명입니다.
만원씩이면 30억원이지요.

이 돈을 박연차란 분에게 이자까지 쳐서 다 돌려주고, 그 분의 억울함을 풀면 좋지 않을까요.
받은 돈도 없이 훌훌 떠나시면 홀가분하지 않을까요.
아끼는 자들의 애도의 마음을 모아 명징하게 보여줄 필요도 있겠습니다.
이게 누가 누굴 대속하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가신 분 포함해 많은 사람 응어리가 조금이라도 삭지 않을까요.

바쁜 시간 아까와 하지 않고 오래도록 기다리는 사람들,
긴 줄 바라보다 마음이 허탈해 실없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  (41) 2009/06/11
[릴레이] 나의 독서론  (114) 2009/06/06
애도를 넘어서  (30) 2009/05/27
Inuit Blogged 2009년 첫 이벤트: 걷고 또 걷기  (47) 2009/05/14
친구냐, 성공이냐  (42) 2009/05/05
클림트 전시회  (10) 2009/05/03
Posted by Inuit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1702 관련글 쓰기

  1. Subject: MakeItBlue의 생각

    Tracked from tuna's me2DAY 2009/05/28 09:35  삭제

    이분 생각대로 박연차 돈 대신 값아주기를 하면 어떨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띠용 2009/05/27 0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금원이라는분은 더 안타깝더라구요. 에휴..

  2. BlogIcon 유정식 2009/05/27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어제 밤에서 권양숙 여사와 같이 식사하는 꿈을 꿨습니다. 옥색 정장을 입고서 고개를 숙인채 말없이 음식을 떠 넣는 모습이 비록 꿈이지만 가슴 아팠지요. -_-;

  3. BlogIcon niceThink 2009/05/27 0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치적 타살이 아닌 물리적 타살이라면?
    (저도 몇일째 정신적 공황상태입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tvcateid=1001&newsid=20090527000413272&cp=

  4. BlogIcon 오자히르 2009/05/27 0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담배를 보니까.. 아까 본 인터넷 기사가 생각이 나네요.
    경호원이 진술을 번복했다죠..
    대통령 서거때 경호원은 옆에 없었다고 하네요..

    • BlogIcon Inuit 2009/05/27 2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주 사람들 돌아버리게 만들려고 작정을 한듯해요.
      가뜩이나 민감한데 왔다갔다 하는건..

  5. BlogIcon 산나 2009/05/27 0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nuit님처럼 저도 밤마다 술입니다...
    어젯밤 덕수궁 분향소에서 2시간반 서서 절하고 돌아나오는데, 이것밖에 방법이 없나...안타깝더군요.
    줄 서서 있는데, 제가 속한 환경에서 그간 빚어져온 일들 생각하니 나같은 사람은 분향할 자격도 없다는 생각에 참담했습니다. 이것도 술주정인지 모르겠지만......

  6. 스피닉스 2009/05/27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심하고 또 해도 그런 일이 일어난거지요. 궁금하네요.. 현 정권의 말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지켜봐야겠네요...

  7. 정원사 2009/05/27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금요일 휴가를 냈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꼭 보고 싶어서 입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 질것 같습니다.

  8. BlogIcon 맑은독백 2009/05/27 1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일간 글 올릴 힘조차 없었습니다.
    무기력하게 뉴스들만 쳐다봤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야겠습니다만,
    산자의 몫은 하며 살아야겠지요..

    뼈에 새길일입니다.
    응어리진 가슴이 술독으로도 풀리지 않네요..

    • BlogIcon Inuit 2009/05/27 2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산자의 몫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해요.
      가신 분 안타까워 부여잡는건 금요일까지로 끝.

  9. BlogIcon 지저깨비 2009/05/27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년동안 고립되게 살았는데, 앞으로도 고립되지 않을까 두렵다"하시고 귀향하셨는데....

  10. 올리브 2009/05/27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분향소에 늘어선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힘들어할 때 좀 도와주지... 하는 생각에 또 울컥. ㅠ.ㅠ

  11. BlogIcon 토댁 2009/05/27 1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우스 일을 하면서도 마음 둘 곳 없어 멍하니 일을 합니다.

    알면 알 수록 참 허망하고 어이 없는 것이 정치인가 싶네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랭이 촌부가 정치인을 입에 담는 것 보면.....

    어떻게 살아야하는 걸까요?

    • BlogIcon Inuit 2009/05/27 2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 허망하지요.
      시간 지나면 잊혀지긴 할텐데,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간직하면 좋을거에요..

  12. BlogIcon 엘윙 2009/05/27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요일에 뉴스를 보고 멍하고 자리에 섰습니다.
    이게 정말 사실일까?하고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맑은독백님 말씀처럼 산사람의 몫이 중요할것 같습니다. 잠깐 슬퍼하고 잊어버리지 않았으며 좋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9/05/27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람 좋은 대통령이 있었다는 기억을 간직했다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의무도 하나 아닐까 싶어요.

  13. BlogIcon Anshaus 2009/05/27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드님이 말은 안해도 충격이 컸나봅니다. 평소 친근감을 느끼던 사람이 돌아갔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공황상태가 되나봅니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 마음부터 잘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Inuit 2009/05/27 2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아들이 노 전대통령을 잘 알지는 못하는데,
      계속 죽음 이야기가 나오니, 아빠로 공포가 투사된듯 합니다.
      anshaus님 블로그에 잠깐 들렀었는데 와주셔서 반갑습니다.

  14. BlogIcon 쉐아르 2009/05/27 2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요즘 생활이 말이 아닙니다.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제가 가졌던 노대통령에 대한 느낌이 inuit님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당선때 좋아했지만, 재임중에는 실망한... 그럼에도 이런 분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 그런 느낌 같습니다.

    그의 죽음으로도 이 정권을 바꿀 수 없다면... 전 그 다음이 정말 걱정됩니다.

  15. BlogIcon 클리티에 2009/06/01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다녀오셨습니다~
    저번 한주가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를정도로 많이 힘들었었어요. 이번주부터는 놓아버린 일상을 회수하는 작업을 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