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클림트에 대해 조사하는 숙제를 내주었고, 숙제 다 하면 전시회 데려가기로 약속 했습니다.
그 약속을 오늘 지켰네요.
전시회가 시작한지 벌써 석달이 지났습니다. 끝날 때가 다 되어가지요. 게다가 근로자의 날부터 치면 3일 연휴니 나름 한산하리라 예상하고 갔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두시쯤 도착했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입장부터 줄을 한참 섰습니다. 사람구경만 실컷하게 생겼지요. 역시 우리나라에서 클림트 브랜드는 대단했습니다.
사람이 하도 많아 운이 나빴나 생각이 맴돌았는데, 막상 그림들 보니 그런 생각이 싹 가시더군요. 특히 '베토벤 프리즈 (Beethoven Frieze)'는 요즘 작품이라 해도 믿을만치 감각이 좋았습니다. 화보에서 볼 때 눈도 안가던 작품이었지만 실제로 볼 때 가장 좋았습니다. 복도가 긴 집에 산다면 그런 테마로 꾸미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유디트(Yudith)'. 누가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본전 뽑았다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그 허무를 극한 눈빛과 생생한 표정은 앞에 마주서면 소름이 돋습니다. 마치 살아서 쳐다보는 느낌마저 듭니다. 유럽에서 실물 볼 때 느끼던 감흥이 딱 그랬지요. 게다가, 작가의 손길이 세월과 공간을 넘어 내 앞에 선 기묘한 친밀감, 그리고 보는 각도마다 달라지는 그 감상. 좋았습니다.
'아담과 이브'도 기뻤습니다. 굽슬거리는 금발과, 혈기 방자한 홍조가 보기 좋았습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관능적인 자세가 에로틱. 야하다기 보다 살아있는 존재감이 절절했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분은, 끝나기 전에 들러보셔도 좋겠네요. 굳이 가서 볼려면 힘든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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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에 대해 조사하다보면 19금 내용도 좀 있었을텐데요. >_<
전에 고흐전 보러 갔다 탈진한 생각을 하니 미술관에 다시 가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감동을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이번에도 탈진할 정도로 사람 많았어요.
숙제는.. 그냥 무난하게 잘 해왔더군요.
자식이 13명인거 그런거 조사해 오는건 좀 그렇지만.. ^^;
저는 미술에 젬병이라서, 클림트의 Kiss를 처음 보고 현재 활동하는 화가인 줄 알았습니다. 덕분에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었죠. ^^ 문외한인 제 눈에는 그의 그림이 꽤 파격적이었거든요. 이번 여름에 빈에 갈 예정인데, 그때 자세히 보고 와야겠습니다.
요즘 화가라해도 믿을걸요. ^^
직접 가서 넉넉하게 많이 보고 오세요. 부럽습니다. ^^
일전에 서양미술 거장전을 한번 둘러보고..
다른 미술전들도 꼭 다니자고 와이프랑 약속했습니다만..
지금은 어딜 나갈 상황이 못되네요 ㅋㅋ
정말 애기 있으니.. 집앞 슈퍼 조차 수시로 드나들수 없습니다 :)
아들 녀석이 좀 크면 inuit님 처럼 숙제 내주고 같이 가자 해야겠어요.. ^^
애기 클 때까지는 여러가지가 어렵죠.
전 영화조차 10년만에 다시 봤으니 말입니다. ^^
하지만, 그 날은 곧 오니 아이만 빨리 키우세요..
아~ 클림트는 그림자체가 에로틱해서~ 호호호~~ 하지만 시대적 배경, 미술사를 알면 시대적 흐름을 잘 알 수 있었던 작가입니다. 그런데 전 우리나라 전시회는 자신감이 없어요. 사람들에 치여서.. 무섭다는~ ^^;;;
mode님이 클림트에 또 일가견 있으시군요. ^^
풍경화 시대의 클림트는 또 다른 맛이 있네요.
조금만 유명하다는 전시회는 사람이 많아서 정말 무섭습니다.
브랜드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좋은 전시에 목마르다는 소리겠지요.
유화는 별로 없고 드로잉만 줄창 있어서 쪼금 실망했었어요.
저도 평일날 갔었는데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 흐르는 분위기는 바라지도 않았는데. 이건 뭐.. 시장통, 놀이터 같단 느낌이 들었었네요..
그래도 유디트는 넘 좋았어요.. ^^
그쵸? 유디트는 참 이름값 하더군요.
전 원래 평들이 안 좋아서 기대 수준을 낮추고 갔다가, 의외로 잘 보고 왔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