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이해

Culture 2009/04/11 12:31
아들아~ 아침은 먹고 가야지
아버지~ 빈속이 날기 편해요
슈퍼 히어로라기 보다 희화화된 캐릭터로 자리 매겨지는 슈퍼맨입니다. 그는 왜 유치한 파란 타이즈에 빨간 팬티를 입고 다닐까요. 패션 감각탓일까요?

Scott McCloud

(원제) Understanding comics

예전부터 봐야지 생각만 하던 책인데, 표현의 지평을 생각하다가 바로 사 버렸습니다. 명불허전이더군요. 대개 갖는 생각,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거지.'란 고정관념에 태클합니다. 사고를 유연하게 해줍니다. 그림도 아니고 글도 아닌 제3의 독립된 장르로서의 만화를 이야기합니다.

매클라우드 씨가 생각하는 만화의 정의는 이 책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연속 예술입니다.
만화 (명) 수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미학적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 의도된 순서로 병렬된 그림 및 기타 형상들 
이 책의 장점은, 구조가 주는 통찰입니다. 또는 프레임웍이 주는 힘입니다. 매클라우드의, 유연하지만 본질을 놓지 않는 정의에서 출발하면, 만화의 기원을 고대까지 올립니다. 예술사적 위치에서 글과 그림 간 긴장관계로 만화의 위치를 잡기도 합니다. 더 중요하게, 만화의 기법적 특성까지 구조화하면 활용도가 낮은 부분과 새로운 방향의 표현법까지 망라해서 이해가능합니다. 미래의 만화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기 타로 흥미로운 점은 두가지입니다. 사실畵는 타자化를 낳고, cartoon은 자기化로 감정이입을 유발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인지적 특성에 대한 탁월한 관찰입니다. (그러나 검증된 가설은 아닙니다.) 둘째, 독특한 장르적 특징을 유지해온 망가(일본 만화)의 역할입니다. 미국만화-유럽만화-일본만화의 3대 축은 서로 맞물려 폭발적 기법의 확장을 초래했습니다. 특히 일본만화는 명확한 대척점이 되어 풍부한 효과를 낸 점은 인정할 만 합니다.

만화 이야기는 이쯤하고. 제게 가장 와닿은 부분은 스토리텔링과 완결성 연상 (closure association)입니다. 비주얼한 전달력과 공백의 미학이기도 합니다. 매우 중요한 표현 기법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프리젠테이션 젠'에서 지적했듯, 스토리에 따라 매체의 적절성은 따져볼 일입니다. 

이 책이 갖는 한계도 그렇습니다. 만화의 정체성에 대한 거대한 화두를 던졌지만, 선언적이고 구술적입니다. 치밀한 논증과 다양성은 만화라는 특성 상 생략, 배제됩니다. 그래서, 숱한 토론을 낳았다는 점에서 형식 자체가 제약이면서 만화세계 내에서는 확장적이기도 합니다.

참, 슈퍼맨의 복장은 왜 그럴까요? 초기 컬러 만화의 기술적 특성 때문입니다. 당시 4도 인쇄를 했습니다. 3원색을 100%, 50%, 20%, 0% 네가지로 사용했지요. 그러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좁고 원색 쓸 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즐겁게 읽었고, 스토리텔링이나 표현법에 관심있는 분은 꼭 읽어볼 책입니다. 제 이웃이신 만화블로거 당그니님히야님은 당연히 읽으셨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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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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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청중이 곧 컨텐츠다" - WEB과 TV의 대결

    Tracked from Planet Size Brain 2009/04/11 21:54  삭제

    "청중이 곧 컨텐츠다." 웹2.0 시대를 관통하는 마샬 맥루한의 핵심 가르침이지요. 인터넷 전략가 피터 허쉬버그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맥루한의 열렬한 팬이로군요. 허쉬버그는 애플을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도록 만든 사람이며 MS, AOL, NBC 등을 자문하고 있습니다. 그의 TED 강연입니다. 프리젠테이션 곳곳에서 마샬 맥루한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올드미디어는 뉴미디어의 컨텐츠다." 뉴미디어는 마치 살모사처럼 올드미디어를 잡아먹으며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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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엘윙 2009/04/11 1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하하 슈퍼맨 노래도 아시는군요. 노래방에서 직원들이 부르는데 정말 웃겼어요.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게 아닙니닷! (저도 어른이 되었는데 계속 읽고 있으니 애들만 보는게 아니라는건 확실합니다.ㄱ-)
    회사 자료실에서 만화책점 빌려주면 좋겠군요. 만화책 빌려가는 대신 아이디어 한개..이런식이라면 곤란하겠지만 그럴 공산이 크겠군요.
    어떻게 하면 재밌는 얘기를 할수 있을까 계속 고민입니다. 요 책에 스토리 텔링 기법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건가요?

    • BlogIcon Inuit 2009/04/12 15: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엘윙님이 아직 순수한 어린이일지도 모르잖아요. ^^

      스토리텔링에 대해 따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스토리텔링의 기본 방식이기도 하고, 이해를 돕는 측면이 있습니다.

  2. BlogIcon addict. 2009/04/11 1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라조의 슈퍼맨은 제 노래방 18번입니다. ^_^
    회식 후 2차에서 분위기 띄울 때 제격이지요.

    포스팅 보고 저한테 있는 책이라 책장을 봤더니
    전 같은 저자의 '만화의 미래' (Reinventing Comics)를 가지고 있네요.

    집에 만화책이 1000권 좀 넘게 있는데,
    덕분에 마나님께 자리 차지 한다고 맨날 구박받고 있습니다. +_+;
    (지금 그게 자랑이냐! 라고 하며 한대 때리네요..OTL)

    • BlogIcon Inuit 2009/04/12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전 노래방을 안가서...
      노래방에서 이 노래 나오면 즐겁겠네요. 상상이 갑니다.

      만화의 미래는 이 책의 후속작입니다.
      여기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이슈화했다고 합니다.

      부인님께서 과격하신가봐요. (저도 맞는게 일상입니다만. ^^;)

  3. BlogIcon 토댁 2009/04/12 2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쩜..
    저희 수업시간에 그 노랫말 읽으며 컨텐츠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빈 속이 날기 편해요~~~~..ㅋㅋ


    신나는 한 주되세묨..^^

  4. BlogIcon 분도 2009/04/15 0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얼마 전에야 만화의 이해, 미래, 창작을 다 읽었습니다. 한 권씩 나올 때 마다 작중 화자인 저자가 조금씩 늙고, 비례해서 만화에 대한 시름도 깊어지는 것 같아 쓸쓸하더군요. 세 권을 내는 사이 만화라는 매체가 불황에 빠져 버린 탓일 겁니다.

  5. BlogIcon 쉐아르 2009/04/16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만화, 일본만화, 그리고 미국만화를 모두 접했습니다. 각각 다른 점이 있지요. 한국은 일본과 같은 분위기로 분류가 되지만 꼭 같지는 않지요.

    미국에서 만화(코믹스)는 하나의 문화 현상입니다. 거의 한세기를 걸쳐 발전되고 분화되어서 만화의 역사만으로도 할 이야기가 정말 많지요. 그런데 이제는 포화상태인 것 같습니다. 보여줄 거리가 떨어졌다고 할까요? 특히 슈퍼히어로 쪽은 아무리 쥐어짜도 더 이상 나올게 없는듯 합니다. 맨날 죽었다 살아났다. 미국 만화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지켜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런점에서는 일본만화가 유리하네요. 일본만화는 미국만화(=수퍼히어로)의 제약점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요.

    • BlogIcon Inuit 2009/04/16 2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렇군요.
      슈퍼히어로의 한계가 있나봐요. 그러고보면 소재나 작법의 다양성에서 일본만화가 유리한 점이 많겠네요.
      매클라우드 씨는 일본 만화를 먼곳에서 독자적으로 자라난 기이한 선물 쯤으로 생각하더군요.
      미국의 영향없이 하나의 축을 이뤘다는 점에서 말이죠.

      다재다능 쉐아르님은 모르는 분야가 도대체 뭘까요. ^^

  6. BlogIcon 당그니 2009/04/18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읽었습니다.! 제가 대학때 만화와 별 관련이 없는 전공을 하고 있을 때,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더니 아는 누나가 저책을 사주더군요. 지금도 그때가 기억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