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파리는 인상 깊었습니다.
유적지나 유명 건물 때문은 아닙니다.
바로 파리의 사람들입니다.

여러 나라 다니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을 봤습니다.
베를린에서 눈살 찌푸리는 꼴도 봤고, 뭄바이에서 서글서글한 기사와도 동행을 했더랬습니다.
그 중 가장 집합적으로 달달한 사람들이 파리 사람 아닐까 싶습니다.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가장 먼저 놀라는게 옷맵시입니다.
비싼 옷이 아니더라도, 자기 상태에 맞게 매우 적절히 입습니다.
미국처럼 뚱보가 없어 더욱 맵시가 납니다.
파리와서 보니, 소피 마르소는 그저 '좀 더 예쁜 분'이었습니다.

이번 출장에서는 부러 음식사진은 안 올렸지만, 파리의 음식은 훌륭합니다.
그러고보니 중국, 터키에 이어 세계 3대 미식을 드디어 완성했네요.
전 다른 것 다 빼고 파리의 빵에 완전 반해버렸습니다.
푸와 그라니 스테이크니 다 필요없습니다.
빵을 썩 좋아하진 않는 저인데, 이런 빵이라면 매일, 평생 먹을 수도 있겠더군요.
'빠리 바게뜨'가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파리는 커피를 정말 사랑합니다.
편의점은 없어도, 곳곳에 카페는 있습니다.
마른 목도 축이고, 요기도 하고, 사랑을 속삭이거나 토론을 합니다.
정말, 파리 사람들의 가장 큰 특성은 철학입니다.
심지어, 전공을 정원과 무관히 선택하는 프랑스 대학에서, 죄다 인문학만 전공하여 직업과 대학교육간 수급이 문제가 된다는 프랑스입니다.
그만큼 사유와 철학, 토론과 인문을 좋아합니다.

흔히 톨레랑스 (tolerance)라 불리우는 다양성에의 열린 마음은 도시 곳곳에서 봅니다.
듣기에 영어 사용하면 곤란을 당한다 했습니다.
실제로, 전 불어권인 퀘벡에 살 때 불어를 모른다고 상점마다 타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곳곳에서 여행객을 따뜻이 맞아주는 사람들을 내내 만났습니다.
또한, 영어도 곳곳에서 썩 잘하더군요. 지하철 영어학원 광고가 무색하지 않게.

이번 여정에서 가장 깊게 각인된 장면입니다.
혁명 당시, 전제정의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을 가장 먼저 부순 파리 시민입니다.
그 바스티유 광장을 둘러 보러 갔습니다.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순간 마주친 군중들.
억울한 피해를 입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시위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대개 프랑스인입니다.
이스라엘 물러가라!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저항하라!
불어의 묘한 운율과 함께 외치는 구호는 자못 선동적입니다.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거리를 메운 그 군중들의 마음이 이방인에게 까지 와 닿습니다.
이익을 위한 파업이 많다고 생각한 파리였습니다.
순수하게 인류의 숭고한 가치를 옹호하는 구호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아지테이션이었습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정신은, 혁명의 광장 바스티유에 그리도 생생히 살아 있었습니다.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묵직했던 주말  (18) 2009/03/01
[Paris 2009] 7. Sweet home  (44) 2009/01/18
[Paris 2009] 6. Parisienne & parisien  (22) 2009/01/16
[Paris 2009] 5. Versailles in snow  (20) 2009/01/15
[Paris 2009] 4. Theme parks are all around  (16) 2009/01/14
[Paris 2009] 3. The temple on the hill  (24) 2009/01/13
Posted by Inuit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1620 관련글 쓰기

  1. Subject: rimy의 느낌

    Tracked from rimy's me2DAY 2009/01/17 06:07  삭제

    Inuit님의 글은 포근하고 정든 스웨터 같아서 어디로 가든 가방 속에 꼭 챙겨가게 만드는, 서늘한 바람이 불때면 어김없이 꺼내어 걸쳐입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토댁 2009/01/16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싸..일등!! 묵고..^^

    프랑스를 꼭 가봐야겠습니다. 이 토댁이가요,,,,
    커피도 마셔보러 가야겠고, 울동네 빠리 빠게트랑 진짜 파리 바게트랑 뭐시 다른지도 알아봐야겠고...
    음....영어는 도통 뭔 말씀인지 못 알아들응께 바디랭귀지 대충 알아주시고..ㅎ

    앗, 좋은 생각!...담에 울 inuit님 가실때 바지가랭이 잡고 따라가서 묵고오면 되겠네..히히히

    아프다말다 하셨다면서 좀 쉬시지...
    멋진 사진들 감사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BlogIcon Inuit 2009/01/17 1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걱정 고맙습니다.
      이번주는 몹시 고된 한주였네요.
      몸도 약간 불편한데다 피로가 안풀려서 말이지요.
      이번 주말엔 잘 좀 쉬어야 겠어요. ^^

      토댁님도 주말 잘 쉬세요.

  2. BlogIcon 덱스터 2009/01/17 0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랑스...

    부러운 역사를 가진 나라기는 하지요. 우리나라가 식민지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_-;;

    그리고 프랑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은 대여섯시간동안 장편의 글을 하나 써 내는 것이라더군요...ㄷㄷㄷ 그것 때문에 철학에 대한 열정이 강한 것일지도...

    • BlogIcon Inuit 2009/01/17 1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까지를 놓고 보면 국가대 국가로 체급이 다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중엔 어떨지 모르겠어요.
      프랑스에 요즘 산업이랄게 없으니 말입니다.
      관광과 브랜드는 대단한게 맞고.
      우리가 통일되면 좀 다른 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3. BlogIcon Mystories 2009/01/17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리 출장기(?) 잘 봤습니다. '출장' 사진에 나오는 배경들이 어떻게 해서 제가 순수히 3일간 '여행'목적으로 머무르면서 찍은 사진들과 동일한 수준이 되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출장 일정 관리에 대한 비법 전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신사업으로 관광사업 진출을 고려하시는 것은 아니시죠? ^^


    * 방배동 서래마을에 있는 '파리 크로와상' 가시면 파리에서 드시던 빵 맛이 일부 재연됩니다. 참고하세요.

    • BlogIcon Inuit 2009/01/17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기회되면 따로 글 적어볼까요? ^^
      출장중 관광의 비결을 키워드로 말하면 top-down inverted pyramid tour입니다. -_-

      서래마을 바게트는 정말 그럴듯 하겠는데요.
      Mystories님은 맛집에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

  4. BlogIcon rimy 2009/01/17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nuit님 안녕하세요 ^ㅡ^)//

    Inuit님 글 꼬박꼬박 챙겨 읽으면서도 인사한번 못드린 영림입니다 꾸벅~
    미투데이에 Inuit님 팬이라고 글남겼다가 자동으로 이곳으로 트랙백을 (그것도 중복해서) 보내버리는 바람에 딱 걸렸네요. 하하;;
    서울엔 잘 도착 하셨는지요?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좀 풀렸네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늘 건강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BlogIcon Inuit 2009/01/17 1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rimy님.. ^^

      미투데이의 자동핑백이 몹시 당황스러우셨겠어요.
      저는 덕분에 rimy님의 상냥한 커멘트를 읽게 되어 너무 고맙지만 말입니다. ^^;
      글 자주 읽어주셨다니 고맙습니다. 가끔 댓글로 흔적 남겨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하하

      트랙백은 중복되어도 제겐 두배나 고맙지만, 역시 rimy님껜 두배의 당혹이라 실례가 안되면 하나는 지워드리고, 하나는 제가 기념으로 지니겠습니다. ^^

  5. BlogIcon rodentia 2009/01/17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파리가 매번 싫었는데 ㅋㅋ 너무 지저분해서요..
    무거운거 들고가기라도 하면 와서 도와주는 것도 좋았고, 사람들도 친절했지만..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일도 얼렁뚱땅하고 사람들이 오지랖도 넓은 듯한 느낌이.... ^^;;
    그리고 다른 산업은 잘 모르겠는데 항공산업에서는 프랑스도 무시할 수 없지요. 유럽연합주도의 프로젝트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굵직한 회사들도 많구요 ^^ (역시 더럽다는게 최대단점인 떼제베도 일찌감치 만든 나라이니 다른 공업계통도 어느정도 기본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 미국이랑 비교해선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

    • BlogIcon Inuit 2009/01/17 2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갔을 땐 눈이 지저분을 덮어버려서 개x조차 못봤습니다.
      추운 날씨가 일장일단이 있군요.

      항공관련해서 프랑스의 역할이 있긴 하지만, 일하는게 엉망입니다.
      에어버스나 유로콥터 등 독일, 영국 기술이 보완해주지 않았으면 결코 지금의 지위에 오기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컨대, 과거에 보유했던 기반은 어느정도 인정하는게 당연한데, 앞으로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

    • BlogIcon rodentia 2009/01/18 0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보기에도 확실히 일하는게 엉망이긴한데.. 이탈리아 사람들에 비하면 그래도 양반인거 같고 -_-; 기본으로 가지고 시작한 베이스가 있으니 만큼 빨리 따라잡히기는 어려울것 같아요. 빨리 따라잡기 힘든 분야 아닌가요..

      방금 시내나갔다왔는데, 뮌헨 마리엔 플랏에도 저 시위가 한창이더군요. 빠리지엥만 지성이 아니랍니다 ㅎㅎ (왠지 빠리가 싫어서 -_-)

    • BlogIcon Inuit 2009/01/18 16:3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파리에 대해 단단히 토라지셨나봐요. ^^
      마리엔플라츠가 꽤 좁은데, 시위대가 몰려들면 대단했겠습니다.

  6. BlogIcon mode 2009/01/17 2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험에 따라서 파리는 다른 느낌 같습니다. 저는 동양인으로 차별당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그때 같이 갔던 친구는 최근 다시 파리에 갔었는데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파리시장이 바뀌면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도 많이 사용하고 동양인 무시하는것도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훨신 친절해진거라고 하네요~)
    제 기억속의 파리는 밤의 조명속에서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낮의 햇살속에서는 쓰레기더미 옆에서 빵을 베어물며 점심을 떼우는
    파리사람들의 모습이 더 강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이 재미 있었고요. 제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슈퍼에서 권총들고 따라온 경비원과 제게만 인사를 절대 안하던 백인여자와 유일하게 인사해주던 흑인여자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inuit님의 글을 읽다보니 시간은 언제나 희망적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파리도 이젠 변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도시가 그렇듯이 파리도 관광객으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고 살아 남아야 할테니까요.

    • BlogIcon Inuit 2009/01/17 2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전 찰나의 파리를 봤을뿐이니 지나친 일반화는 무리겠어요.
      시간은 언제나 희망적이란 mode님의 메시지 자체가 제게 또 다른 희망으로 느껴집니다. ^^

  7. 머미 2009/01/18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긴 합니다만... 41%가 한국을 모른다는 말에 정나미가 좀 떨어져 버렸습니다.

  8. mycogito 2009/01/19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작년에 파리 갔을 때 저 영어 광고판이 젤 눈에 들어와서 한 장 찍어뒀었습니다 ㅎㅎ

    • BlogIcon Inuit 2009/01/19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그 때도 있었나봐요.
      저 영어학원은 광고효과 만점입니다.
      한국까지 알려졌으니. ^^

  9. BlogIcon Bailar 2009/01/21 05: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피마르소가 그저 '좀 더 예쁜 분'이었다는데 어찌 댓글을 안 달 수가 있겠어요.

    파리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이군요. 하, 어째서 이런 결론이. 크크.

    • BlogIcon Inuit 2009/01/21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Bailar님이 그만한 미모라서 그렇겠지요.
      뭐랄까.. 일종의 경각심? ^^;

    • BlogIcon Bailar 2009/01/21 2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말도 안됩니다! 경외심이라면 또 몰라도요!ㅋㅋ

      그런 그렇고 방금 이상한 경험?을 했네요. 보통 댓글을 달때 name이라고 적혀 있으면 자동적으로 Bailar라고 적게 되는데 / '이름'이라고 적혀 있으니 진짜 제 실명을 적고 있더군요. 하핫. =_= 재밌는 반응이군요. 아, 저만 재밋을지도, 'ㅁ'ㅋㅋㅋ

    • BlogIcon Inuit 2009/01/21 2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 실명이 따로 있으셨군요.
      그럼 '바'씨가 아니셨나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