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다산 선생 공부법과블로거십(블로거정신)간의 유사성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을 읽다 보면, 다산 선생과 블로거 간에 단순한행동학적 유사성을 넘어, 글을 통한 소통이라는 시대를 관통한 동질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Dasan, the fighter
매우 외람되지만 한마디로 줄여 표현하면, 다산 선생은 싸움닭이었습니다. -_-;

견해가 갈리면 서신을 왕복하며 다투어서, 어린시절 집안에서 토닥대던 버릇을 이어보는 것도 절로 한가지 즐거움이겠지요.
-형 정약전에게 쓴 글
= 몸 싸움도 했는데, 말로 맞장 한번 더 뜨는게 뭐 대수겠수?

예전엔 이처럼 정미하시더니 지금은 애매하기가 이와 같으니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형 정약전에게
= 형, 이게 뭥미? 제 정신이심?-_-


육향이 야외에 있었다는 글귀를 찾아내 확실하게 천착하여 가르쳐 주신다면 삼가 미혹됨을 버리고 고명함을 따르겠습니다.
-신작에게
= 말로만 깝치지 말고, 증거를 대시오.


노형께서 많은 사람 사이에 앉아 날마다 소란하고 시끄럽게 지내시다가, 이따금 간혹 한가한 틈을 타서 대충 보시기 때문에, 제 글을 보실 때 심각하게 종합하여 분석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여홍에게
= 님, 혹시 난독증?

(조수에 대한 논문을 반박하며) 조수의 빠름과 느림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큰 바다의 물이 섬과 땅을 돌아 각 바닷가에 도달하기때문입니다. 그대의 논문은 특정 지역 한곳의 연구 결과입니다. 이를 일반화 하면 안됩니다. 이 문제는 다시 연구하고 살펴보는게어떠한지요?
-추사 김정희에게
= 초딩 추사, 공부 더하고 오셈. 즐!

표현은 부드럽지만, 속은 참 맵지요.
실제로 다산 선생은 이 직설화법 때문에 많은 구설에 올랐다 합니다. 말은 맞는데 마음엔 안들면욕만 먹는 그 이치말입니다. 아마도, 남보다 앞선 지적 능력에 정치적 이유로 땅끝에 유배된 울분이 겹쳐져서 더욱 말이 매웠으리라추정합니다.



Narcissistic Dasan
앞에서 파이터로서의 모습에 좀 놀라셨나요. 더 재미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책 속의 인용을 읽다보면 다산선생이 상당한 자아도취 경향을 지니셨음을 느낍니다.

(자신의 주장을 돌이켜 보며) 귀신에게 물어봐도 의심이 없고, 백세의 성인을 기다려도 의혹이 없습니다.
내 결론은 두었다 봐도 넘넘 완벽해~ ^^v

(마과회통을 짓고나서) 아아! 이몽수가 여태도 있었다면 떨리듯 뜻에 맞는다 했을 것이다.
원작자도 울고갈 명작이지 않은가!!

(악서고존을 짓고나서) 5천년전 율려의 학문이 오늘에야 되살아나게 되었습니다. (중략) 이에 붓을 당겨 쓴 것이 바로 제7권입니다. 어찌 사람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겠습니까.
아무리 봐도 난 하늘이 내린 신필인가봐. 흑흑 ㅠ.ㅜ

갓쓰고 점잖은 선비의 모습만 상상하던 제겐 매우 흥미롭고 인간적으로 다가온 귀절들입니다. 선생도 젊은 시절이 있었을테고, 자신의역작에 만족을 느끼면 그 감흥을 주체하기 힘들었을겁니다. 전 이번기회에 다산 선생을 입체적으로 보게 되어 더 좋았습니다. 물론, 연구의자료가 사적인 기록까지 포함했기에 더욱 내면이 드러난 점도 잊어선 안될겁니다.


Dasan bloggism
하지만, 이런 몇가지로 다산 선생을 허술히 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다산 선생의 비평정신은 블로그주의(bloggism), 또는 댓글론으로 따로 품어 배울만큼 오롯합니다.


매번 알맹이 없이 칭찬하고, 거짓으로 겸손해하며 하루해를 마친다.
-서암강학기

남의 문자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먼저 마음속에다 하나의 방패막이를 세워놓고, 정현의 주장과 어긋나는게 있으면 강하게 거부하고 굳게 지킵니다.
-신작에게 주는 말에서

(광주 유생이 정치적 목적으로 몇몇 학자를 이단으로 몰자)
이단은 천하의 악명이다. 말하긴 쉬워도 이를 받게 되면 괴롭지 않겠는가? 주자는 육구연을 선학(禪學)이라 생각했지만, 그와 더불어 이야기해보고, 시를 함께 짓고, 기거해보고서야 비로소 선학이라고 말했다.

어째 어떤 학회나 블로고스피어 같이 논쟁이 주가되는 세상들이 막 떠오르지 않으시나요?


Zeitgeist

다산 선생의 시대비평도 꽤나 준엄합니다.

그  시대에는 효자와 열부 열풍이 불었다 합니다. 나라에서 주는 조세혜택과 포상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는 돌이켜 보면 효자나 열부를 찾기 힘든 팍팍한 살이가 반영된 세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시 효자의 증명은 세가지로 가능했습니다. 국민학교 때 많이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 단지, 손가락을 잘라 쇠약한 부모에게 피를먹이는 일입니다.
  • 상분, 병든 부모의 변 맛을 보는 일입니다.
  • 할고, 자신의 허벅다리를 저며 고기를 드리는 일입니다.
그나마도, 단지와 할고는 아프니까 안하고, 대개 매수한 증인을 통해 상분했다 보고를 통해 효자 어워드를 타먹었다 합니다. 다산 선생 일갈합니다.

어느 부모가 제 자식 아파 피 흘리고 살저며 가며까지 살고 싶어 하겠는가. 이게 무슨 효도란 말인가. 게다아 부모가 아프면 병을 낫게해야지 똥맛만 본다고 아픈 사람이 낫겠는가. 무릇 효란게 아름다운 일이라서, 터무니 없는 거짓을 고해 효행을 고했을 때 이를 정면으로 따지기가 난감해 다들 속는척 넘어가는 뿐이지 누가 그를 효자라 생각하면서 효행상을 주겠는가. 웃기는 일일 뿐이다.

열부만 해도 그렇습니다. 남편이 죽으면 가문에선 열부를 만들기 위해 며느리의 죽음을 종용했다 합니다. 그래도 안죽으면 자살을 가장한 살해까지 했다니 황당하기 그지 없지요. 다산 선생 노기등등 외칩니다.
남편이 죽었으면 아내가 더욱 열심히 살아서 남은 자식을 거둬 잘 키워야지 대체 죽긴 왜 죽느냐. 그리고 아내가 먼저 죽었다면 똑같이 남편도 따라 죽는것을 권장하는가. 본인도 원하지 않는 죽음을 권하는게 무슨 이치란 말인가.

지금 들어도 시원한 말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관행에 정면으로 대응하려면 목을 내놓고 한 이야기입니다. 그만한 논리와 기개가 필요합니다.

앞포스팅에서 요즘의 블로거정신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200년전 다산 선생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단호하게 주장했습니다.
지금21세기. 이런 멋진 글들이 더 많아지면 블로거 개인과 블로고스피어라 일컬어지는 집단 모두가 얼마나 발전할까요.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14) 2008/09/04
베이징서 미국인 피살  (15) 2008/08/09
좌충우돌 다산선생님  (24) 2008/07/29
다산선생 그리고 블로거십  (16) 2008/07/27
내게 있어 블로그는 [산]이다  (16) 2008/07/26
도쿄를 알면 일본어가 보인다  (10) 2008/07/23
Posted by Inuit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1512 관련글 쓰기

  1. Subject: miriya의 생각

    Tracked from miriya's me2DAY 2008/07/29 09:01  삭제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 관련글1 / 관련글2

  2. Subject: 지아의 생각

    Tracked from jiah's me2DAY 2008/07/29 09:37  삭제

    시대의 반항아 좌충우돌 다산선생님 이분이 현재 실존 인물이라면, 난 무조건 다산빠.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못 한게 갑자기 아쉽다;;

  3. Subject: ranigud의 느낌

    Tracked from ranigud's me2DAY 2008/08/04 15:43  삭제

    정약용 선생 중학교때부터 음청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

  4. Subject: 적극적 대화로 풍요로워지는 블로고스피어

    Tracked from 시정잡배의 블로그 리뷰 2008/09/05 22:49  삭제

    오늘은 참 즐거운 날이다. 먼저 yagoora에 대한 글을 쓰면서 너무나 즐거웠다. 이러한 블로그를 소개할 수 있음은 내게 큰 영광이자 행운이리라. 그 글을 쓰고 다시금 컴퓨터를 보니 inuit님의 답이 있었다. 내 시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그의 진심이 담긴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신나는 일이 뭐냐면 민노씨의 논점들 : 레진 사건의 의미와 전망 3을 읽은 것이다. 이게 대체 왜 신나는 일이냐고?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xarm 2008/07/29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탤릭체 해설이 재밌네요 ㅎㅎㅎ
    '지식 경영법' 책 한 번 읽고싶어 지네요~^^

  2. BlogIcon 꼬날 2008/07/29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누잇님.. 님좀짱이심.. 재미있는 리뷰였어요..^^;;

  3. BlogIcon 양깡 2008/07/29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고네요. 이탤릭체 해설에서 쓰러졌습니다. ㅎㅎ

  4. 미옥 2008/07/29 1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재미있는 글 읽고 갑니다.
    책 사서 꼭 읽어보고 싶군요..

  5. BlogIcon nabi 2008/07/29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은 머리를 시원하게 해 주고
    가슴은 따뜻하게 해 준다지요?

    그래서, 품격과 향훈이 있는 글을 만나면... 행복합니다.
    즐거운 기대로 매일 들어온답니다^^ 감사합니다.

    • BlogIcon inuit 2008/07/29 2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nabi님 댓글에도 해당하는 말씀입니다.

      좋은 댓글은 독자를 시원하게 해주고
      글쓴이를 따뜻하게 해주네요. ^^

      고맙습니다.

  6. BlogIcon yoono 2008/07/29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래 보기 드문 흥미 진진한 리뷰였습니다. ㅎㅎㅎㅎ ^^

  7. BlogIcon 광이랑 2008/07/30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군요 새로운 해석이 ㅎㅎ

  8. BlogIcon 미탄 2008/07/30 0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호흡이 짧은데다가 워낙 신세대라<!> 고리타분해보여
    전에 한 번 읽으려다 포기했는데,
    이누잇님의 열정에 고무받아 다시 시도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7/30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허걱. 신세대..
      저도 대학때 요즘 신세대소리를 들어본적은 있습니다만.. ^^

      이책 산에서 발에 물담그고 읽으면 더욱 향이 납니다.
      글이 좀 더 있으니 계속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9. BlogIcon 쉐아르 2008/07/30 0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서평 쓰면서 논쟁하는 법을 따로 모으면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서평의 말미에 그리 적어놓고 아직 실천을 못하고 있었는데, inuit님이 너무나 멋지게 정리를 해주셨네요.

    저도 다산 선생님처럼 논쟁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이런 논쟁을 할 대상을 만나는 것도 행복한 일이라 하겠지요 ^^

    • BlogIcon inuit 2008/07/30 2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쉐아르님은 저랑 통하는 구석이 많군요.
      선수쳤다면 죄송합니다.
      새로 읽는 다산 선생에 대해 두개 정도 글감이 더 있습니다.
      혹시 생각하시는거 있으면 빨리 쓰세요. ^^;

  10. BlogIcon 제니퍼 2008/07/31 0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한 주말시간, 읽고 싶은 책도 안 읽고 집필에 전념하신 작품답습니다.
    다산에게 반해서 절로 솟는 존경과 희열에 가득찬 후학이, 재기발랄 유쾌한 글에 그 21세기식 열정까지 얹어 소개해주시니, 읽는 관광객들은 두배로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선물받게 되네요...아무 수고도 없이. ^^;;
    참 맛있는 글, 멋 있는 포스팅입니다.

    • BlogIcon inuit 2008/07/31 2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ㅠ.ㅜ
      돈도 안되는 글 적을 땐, 참 사서 고생한다 싶은데요.
      제니퍼님을 비롯해서 글을 제대로 감상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그래도 힘이 나지요. ^^

  11. BlogIcon Mystories 2008/08/02 0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팍팍 머리속에 꽂힙니다. 이제 떡밥 거의 물었습니다. 다음 주문 목록 1순위 입니다.

    근데 주석에 사용하신 어법은 평상시 어디서 수련하시나요? 각종 유명 사이트 댓글을 해석하느라 친숙하긴 한데 사용하기엔 익숙치 않더라구요.. ^^;;

    • BlogIcon inuit 2008/08/02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Mystories님은 한번 보셔도 도움이 될겁니다.
      배울 점이 많아요.
      특히 구조적 사고와 기획력 등.

      이탤릭체 말투는 제가 쓸 일이 없지요.
      하지만, 발랄할 댓글들 자주 보다 보면 흉내정도는 내보는거죠. ^^

  12. BlogIcon sanna 2008/08/03 0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리하시군요.^^
    몇년 전에 일 때문에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 적이 있는데 유난히 두드러졌던 게 뭐냐면요.
    글로 일가를 이루었다고 할만한 작가들의 공통점은 싸움닭 기질과 자아도취 성향이 엄청나게 강했다는 겁니다.
    그땐 '작품'이 없다가 몇년 지나 최근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뜬 사람도 있었는데, 작품이 없었을 당시부터 자아도취 하나는 하늘을 찔렀지요.^^
    전 나르시시스트를 아주 싫어해서 그런 게 눈에 거슬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파이터 기질과 자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 없이 뭘 만들어낼 수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내 말은 다 말이 안돼, 하는 자학버전으로 책상에 머리를 찧으며 잠을 못이루는 지금은 더더욱....ㅠ.ㅜ)

    • BlogIcon inuit 2008/08/03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르시시즘이 생활화 되지 않은 저는, 작가되긴 글렀군요. 흑흑 ㅠ.ㅜ
      농담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은 돌파력에 결정적 관건이 된다는 점에 충분히 동의합니다.
      산나님도 어려운 작업 시작하셨지만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