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여행은 만남이지요.
낯선 그 어떤 것과의 기분좋은 충돌이고, 희망한 조우 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순서로 누구든 공감할 정서를 느끼고 오는건 상품이라 부르는게 맞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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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가장 인상깊은 매력을 느낀 곳도 제가 계획한 루트의 밖에 있었습니다.
산 바빌로에서 두오모 가는 길에 좀 질러 가보겠다고 방향을 틀었다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빠졌습니다.
길을 잃고 헤메다가 너무 아름다운 교회가 있길래 저 뒤편쯤이 두오모 아닐까 걸었습니다. 두오모 뒤에 Palazzo Reale이라는 고궁이 있거든요.
가보니 역시 두오모 근방이 아니었는데, 단정하지만 아름답게 치장된 교회에 저도 모르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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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큰 교회당 안을 빼곡 채우며 맴도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너무 멋진 음악소리에 정신을 잃고 들었습니다.
여러번 유럽 교회에 가봤고, 파이프 오르간 볼 때마다 저 소리가 어떨까 상상만 했습니다만 직접 들으니 그 장중하고 혼미한 선율은 압권이더군요.
천상의 소리라 해도 크게 과장은 아니게 사람을 매료시킵니다.

이번에 품게된 의문이 있습니다. 교회 자체가 거대한 악기일 가능성입니다. 교회같이 거대한 공간에서 소리가 나면 소리가 울려 컨트롤 하기가 어렵습니다. 방음이나 흡음을 적당히 해야 하지요.
하지만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교회 건물이 울림통 역할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적절하지만 웅장하게 소리가 소산되지 않고 크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는 신뇌를 통과해 구뇌에 바로 닿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성이 마비되고 신비한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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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중 화장실 가는건 또 하나의 일입니다. 공중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지요. 잔돈 없으면 못가는데도 있고.
아무튼 길도 잃었는데 슬슬 소변 신호도 오는데 주택가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를 만나 한시름 놨지요. 글자 그대로 해우소였습니다.
원래 그런건 알지만, 그래도 대학교가 꼭 고등학교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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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길가다 눈에 띄어 찍었는데, 교회가 참 단아하게 예쁩니다.
뮌헨 갔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생긴걸로는 어디가도 안 꿀리는 멋진 교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관광지도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지요. 이유는 딱 하나, 역사가 짧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스토리가 없는 거지요. 사연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블로깅도, 댓글도, 트랙백도 사연입니다. blogging은 역사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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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해가 났을 때의 Giardini 공원입니다.
우울한 회색에 감싸인 밀라노만 보다가 눈부신 초록을 보니 좋았습니다.
물론 이런 생생한 초록은 우리나라가 더 잘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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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걷다 좀 많이 당황했던 장면입니다.
무릎에 앉혀놓고 다리를 쓰다듬고 포옹하고 뽀뽀하고 만지작만지작 조물락 조물락 난리도 아닙니다.
멀리서도 눈에 띄어 저 커플 애정 표현이 좀 심하네라고만 느꼈는데 가까이서 보니 맙.소.사. 남자들입니다.
뭐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만, 실물로 남남 커플이 애정표현을 하는걸 보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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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근처의 빌라입니다.
물있고 나무다리있고 잔디 많고 우리나라에선 흔한 공원이지만 밀라노 정도에선 좀 짱인듯.

항상 짧은 여정을 길게 늘여쓰게 됩니다.
그만치 강렬한 인상이었기에, 제 삶의 기록이자 정서의 소통인 블로그에 빼곡히 담아보고자 했음입니다.
지루한 연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샌프란시스코 편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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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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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daybreaker 2008/06/08 2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엊그제 스톡홀름의 중심가에 있는 S:t Jakobs Kyrka에서 열린 오르간 콘서트에 갔다왔습니다. 평상시 미사를 할 때는 작은 오르간을 쓰는데, 그 큰 오르간으로 연주를 하니 역시 장난 아니더군요.

    제가 일요일 international service가 있을 때 가끔씩 일찍 가서 거기 있는 피아노로 녹턴 같은 것을 연주하곤 하는데 오래된 중세 교회 안에서 음악을 연주하면 그 울림이 정말 환상적이지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그 울림을 잘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냥 다른 곳에서 피아노 칠 때하고는 다르더군요.

    • BlogIcon inuit 2008/06/08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직접 연주하며 체험까지 해보셨군요.
      점점 따뜻해지는 날씨에, 좋은 경험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흥겨운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

  2. mode 2008/06/08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 하와이에서 밀라노 그리고 다음은 샌드란시스코인 겁니까? ㅠㅠ
    부.. 부럽...

    역시 공부는 잘하고 볼걸 그랬습니다.
    ㅠㅠ

    • BlogIcon inuit 2008/06/08 2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그게.. 자기돈 주고 가는거 아니면 힘든건 마찬가지에요.
      물론 어딘가 가보는 기회는 맞는데, 마음껏 보기도 힘들고, 그냥 '다녀 왔다!' 수준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들 있는 입장에선 장기출장, 부담스럽습니다.

  3. BlogIcon Jjun 2008/06/09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번국도 투어 다녀온 뒤로 여행병 걸렸는데 여행 후기를 바라보니 가슴이 더욱.... 흑흑;;

    하지만 바로 위 리플을 보니 조금은 ;;; 위..안;;이....

    조만간 자전거 타고 한번 더 떠나야겠습니다 으하하

  4. BlogIcon 이승환 2008/06/09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교회 장난 아니게 멋지네요. 세계 최대의 교회들이 한국에 밀집했다는데 귀국하면 교회 순회나 해 봐야겠습니다. -.-

  5. BlogIcon 엘윙 2008/06/10 1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집니다. 남남 커플의 애정행각을 실제로 보면 어떨지 참 궁금합니다. -_-
    저쪽 교회는 우리나라 교회랑은 많이 달라보입니다. 우리나라 교회는 좀 폐쇄적인 느낌이 있어요. 둘다 돈은 많이 들었을거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혼자 다니신건가요? 저는 여행가도 혼자는 못다닐거 같아요. ;ㅂ;

    • BlogIcon inuit 2008/06/10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머리로 생각하는거랑 보는거랑은 좀 다르더군요. -_-

      출장을 같이 가도, 일 끝내고 돌아다니는건 대개 혼자입니다.
      케미스트리가 맞아야 함께 다니지, 아니면 엉덩이들이 무거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