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를 오래 구독하신 분은 잘 아실겁니다.
저는 어디 출장가면, 간 김에 그 동네를 최대한 깊이 공부하고 체험합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생각하고 걷고 묻고 또 부지런히 쏘다니지요.
인도 출장을 위해 인도 책을 읽고, 중국 출장 전엔 중국 책도 읽습니다.

출장이 넉넉한 일정일리 없습니다.
하지만 반나절 정도의 짧은 틈은 나게 마련이고 그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스킬도 중요합니다.
처음 당도한 곳에서 제가 하는 일은 대개 두가지입니다.
첫째, 최대한으로 지역자료 모으기
둘째, 고도를 확보하기

아마 연역적 방법론에 안온감을 느끼는 제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전 호텔에 당도해서 짐 팽개치고 무작정 거리로 나가는 유형은 아닙니다.
Concierge에서 제일 먼저 현지 지도를 구하고 (거리 맵, 지역 맵) 그 다음 간단한 히스토리를 구하고, 준비해간 지역관련 자료가 있으면 읽습니다. 직업병이거나 활자애호의 괴벽입니다.
이 과정에서 입체감과 생동성을 부여하는게 고도입니다.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을 가서 한 눈에 파악을 하면 어디어디를 가볼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뮌헨의 시청 또는 마리아 성당, 베를린 대성당,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상하이 동방명주 등이 그렇지요. 정교한 미니어쳐도 좋습니다.
아니면 대개 호텔이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라스 베거스두바이 같은 관광도시의 호텔은 고도가 높지요.

아무튼, 이번엔 전혀 준비 없는 출장이었습니다.
출발 이틀전에 결정된 출장이고, 가기 전까지 매우 바빴고, 가서도 준비할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묵은 호텔이 와이키키 해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창밖으로 파도만 힐끗 봤을 뿐이지요.

다행히 마지막날 일 마치고 시간 여유가 있어 근처 다이아몬드 헤드 (Diamond Head)로 갔습니다.
근처에서 가장 높은 곳이고, 산은 제가 언제든 좋아라 오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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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숙소에서 보면 사변형의 기묘한 산입니다.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각도로 보아, 용암이 식었겠거니 생각은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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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본건 엄청난 분화구의 측면이었더군요.
사진으로 담기 힘들 정도로 큰 분화구입니다.
바닥은 매우 평평하고 예전엔 원주민 부족과 추장이 살았다 합니다.
큰 산맥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어, 거대한 스타디움 같기도 하고, 천연의 산성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안 쪽으로 들어가려면 산을 한번은 넘어야 하므로, 위 사진에 보듯 터널을 통과해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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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전에 간단히 요기를 했습니다.
별 기대없이 산 햄버거가 어찌나 맛나던지..
$3 수준인데 맥도널드보다 백배쯤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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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은 30도 가량 되는데, 해변은 다소 덥습니다.
다이아몬드 헤드에 오니 지질 차이로 바람이 매우 강합니다.
시원하고 햇살 따가운 그런 날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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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포스팅의 '하와이 법칙'에도 나오듯 날씨로 하루를 판단하면 안되는게 하와이입니다.
너무 좋았던 날씨인데, 저 멀리 비구름이 보입니다.
단지 비가 올 듯한 구름이 아니라, 바다에 퍼붓는 비가 실제로 보입니다.
산쪽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비를 맞는다고 합니다. 금방 왔다가 금방 갑니다.
해가 쨍쨍 나주기만 한다면, 비는 언제나 시원하고 고마운 존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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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이고, 높아서 천연의 요지입니다.
실제로 지금 올라가는 곳도, 정상의 미군 요새입니다. 1908년에 지었다고 합니다.
중턱까지는 그냥 자연도로인데, 정상쪽엔 인공시설물이 있습니다.
깊은 터널과, 99개 가파른 계단, 원형 계단 등을 지나서 오르게 되어 있지요.
등산하는 기분으로 올랐다가 제법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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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뭐라 형언하기 힘든 매력을 지녔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경치는 피상일 뿐입니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려가며 올라간 정상에서 맞는 바람은 부드럽고 선선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산이고, 더 큰 둘레는 온통 바다이며, 그 위는 온통 하늘이고 구름입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된 듯한 느낌입니다.
강한 바람은 흡사 날고 있는 기분이고,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면 하늘에 둥둥 뜬 느낌이기도 합니다.

다이아몬드 헤드.
누가 지은 속물의 이름일까 인상 찌뿌렸지만, 그 곳에 오르면 그만한 다이아몬드를 깔고 앉은 유복함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저만의 순진한 해석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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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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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자빠질라 2008/05/24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곳 저곳 많이 돌아볼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울따름입니다. 와이키키라... 제겐 놀이공원으로만 인식이 되었던 곳을 사진으로 보니 괜히 설레입니다 ^^

    • BlogIcon inuit 2008/05/24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핑이 고대 하와이 원주민이 즐기던 스포츠였더군요.
      와이키키는 예전부터 유명한 서핑장소였다고 합니다. ^^

  2. BlogIcon 빙s 2008/05/24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만 봐도 정말 멋있네요 !
    바다에 내리는 비가 보인다는 부분에서 쓰러졌습니다 +.+ 저도 그런거 보고 싶어요!! ^^;;
    멋있게 여행다녀오신 것 같아 부럽네요^.^

  3. BlogIcon 오픈검색 2008/05/25 0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와이의 경치를 담은 사진들도 멋집니다만, 맥도널드 햄버거보다 100배 맛있다는 햄버거에 자꾸 눈이 가는군요^^;;

    제가 지금까지 먹은 햄버거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햄버거는 중학교 때 학교 식당에서 팔던 닭대가리 갈아서 만들었다는 햄버거입니다,지금 다시 먹으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는 왜그리도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 당시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데 그런 맛의 햄버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급하게 가신 출장 속에서도 충분히 하와이를 즐기신듯 하군요, 그런 모습은 참으로 배우고 싶은 부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 BlogIcon inuit 2008/05/25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저랑 비슷한 세대이시가봐요.
      학교식당 그 'x대가리 햄버거'는 괴담처럼 유명했지요.
      하도 소문이 많아 통통배로 바꿔 먹던 기억도 있습니다. ^^

  4. BlogIcon 엘윙 2008/05/25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옷..마치 사람이 쌓은것처럼 산맥이 형성되어 있군여. 근데 이름이 왜 다이아몬드 헤드이죠? 으음..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보니 겨울엔 분화구 꼭대기가 다이아몬드처럼 빛난다고 합니다. 멋지겠는걸요!!

  5. BlogIcon 정용민 2008/05/25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 여름 휴가 때 처음 하와이를 다녀왔는데, 당시에는 그 꼭대기에 왜 올라가나...더운데...해서 못 올라갔었습니다. 올해에는 꼭 한번 아이도 데리고 올라가 봐야 겠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6. BlogIcon 이승환 2008/05/25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장을 이용한 관광 레벨이 만렙에 오르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