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riend's wedding

日常 2008/04/13 23:06
대학동기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1
30명밖에 안되는 동기입니다.
늦깎기 결혼이 신기하기도 하고, 서로 본지 오래되어 꽤 많이 모였습니다.
반은 모인듯 합니다.

#2
전공 분야의 동기는 반도 안되는듯합니다.
경영학 교수, 변호사, 변리사, IT컨설턴트, 관료, 프로그래머 등등.
대학동창인지 초등학교 동창모임인지 헛갈립니다.

#3
대전 연구단지에 있는 동기들은 날씬하고 젊어 보입니다.
서울에서 타직종에 근무하는 동기들은 살이 올라있다는 평입니다.
서울에서 잘 먹어서 그렇냐고 놀립니다만,
몸관리하기 힘든 각박한 삶인걸 모를리가 없습니다.
예전 대전이나 진주 살던 호시절이 문득 그리워 집니다.

#4
결혼하는 친구는, 학부때 늘 무리지어 지내던 친구였습니다.
일본으로 유학간 후 바람결에 들리는 소식으로만 잘 지냄을 확인했습니다.
여자친구와 함께 지낸지도 오래되었는데 뜬금없는 혼인식이랍니다.
유쾌한 친구입니다.

#5
신부는 칠레인지 브라질 국적이고, 온전한 일본인입니다.
그러다보니 bilingual wedding입니다.
주례도 한국어와 일본어로 혼인서약을 시키고, 사회도 한국어와 일본어 안내를 합니다.
꽤나 이색적이었습니다.

#6
이색적이다보니, 피로연도 색다릅니다.
돌잔치하듯, 신랑 신부가 앞에 앉고 성장과정 비디오를 틀어가며 진행합니다.
게다가 신랑 신부 친구들이 축하 스피치를 해야 한답니다.
동기들끼리 서로 미루다가 어리버리한 새 제 차지가 되었습니다.

#7
이 친구.. 14년만에 처음 봤습니다.
신부도 처음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한답니까.


#8
밥먹고 이야기 나누다 갑자기 불려나갔습니다.
마이크 잡고 일본어로 제 소개를 했습니다.
(맙소사 학부때 여름 학기에 배운 그 일본어로)
주례 선생님이 일본어로 몇마디 하면 다들 웃었는데
제가 일본어를 하니 일본하객들이 진지하게 경청을 합니다.  +.+;

#9
14년만에 봐도 젊은날의 추억은 뇌의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나 봅니다.
간단한 오프너 이후에,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주어진 시간을 넘길까 걱정되기 보다,
결혼식 축하 스피치로 적절하지 않은 에피소드가 튀어나올까 무척 주의했습니다.
어차피, 폭로해봤자 신부에게까지 통역이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10
아무리 오래전 이야기라도, 잊혀진 추억이라 생각해도
몇마디 나누다 보면 사진같이 또렷이 되살아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20년전 들렀던 카페의 실내 장식을 이야기하고, 먹었던 메뉴를 논합니다.

#11
모든 추억은 세월로 채색되어 아름답지만,
눈물겹고 낭만적인 옛시절입니다.
그리고, 참 편한 친구들입니다.
두었다봐도 반갑고, 만나면 끊임없이 이야기가 샘솟는 시간을 공유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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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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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de 2008/04/15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낭만이라니..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그리운 단어입니다. 즐거우셨겠습니다.
    그나저나 축의금은.. 얼마를.. +_+

    • BlogIcon inuit 2008/04/15 2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mode님은 참 sensitive하십니다.
      어떻게 주파수를 딱 맞추시는지.
      이날 축사의 키워드도 '낭만'이었거든요. ^^

  2. BlogIcon SuJae 2008/04/15 0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대 초반인 제게 이번 봄 시즌에 어마어마한 청첩장 러쉬가 있을 듯한데...ㅎㅎ
    그나저나 요즘 축의금은 얼마가 기본이죠? (농담입니다;;)

  3. BlogIcon 엘윙 2008/04/16 0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분들이 개성이 강하시네요.
    제 친구들은 저랑 다들 비슷하거든요. 시간이 좀더 지나면 자기의 색이 나오는걸까요?

  4. Mystories 2008/04/16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까마득한 과거의 '여름학기 일본어'로 자기소개를 하실 정도면.....역시 어학방면에 타고난 조예가 있으신 듯 합니다. 비단 외국어 뿐만 아니라(이건 '추정'입니다..^^) 여기에 쓰신 글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요즘 저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개인적인 화두랍니다. -_-;;

  5. BlogIcon 쉐아르 2008/04/24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길을 제가 날라가거나, 혹은 누군가 그만큼 시간을 내어 찾아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공간에서, inuit님의 글을 읽으니 새삼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네요.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요.

    역시 좋은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언제 다시 만나도 반가운 건가 봅니다.

    • BlogIcon inuit 2008/04/26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랫만에 보니 많이 변했고, 또 그대로이기도 합니다.
      미국에 있는 동기들은 함께 하지 못해 서로 많이 아쉬워 했구요.
      졸업 20주년에는 온세계에서 한번 모이자는 의견이 있지만, 그리 쉽진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