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란 무엇일까요. 의미론적으로는 둘 이상 존재간 상호작용입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부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겠지요.
사회적으로는 여러 분류가 있겠습니다. 수직적 서열관계, 수평적 친분관계. 이익위주의 관계와 정서위주의 관계 등.
이번 토요일에는 특별한 만남들이 있었고,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Relationships in Gemeinschaft context
산업시대가 들어서면서 Gemeinschaft(공동사회)는 이데아의 세계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반작용으로 Gemeinschaft적 관계에 대한 잠재욕구(needs)와 욕망(wants)은 꾸준히 변용하며 이어져 왔습니다. SNS나 웹 2.0으로 표현되는 이상계까지 말이지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나 플라톤 학파의 논구방식처럼, 무엇이 관계이고 무엇이 관계가 아닌가를 머릿속으로 분류해 보았습니다. 심하게 가지쳐내니, Gemeinschaft적 관계에서 남는건 소통과 신뢰, 그리고 추억이네요.
함께 하고 싶은 공통분모 위에 쌓아 올린 기억과 세월로 퇴적된 신뢰.


Deep and discrete digital relationships
여기까진 쉽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나 주위의 친구가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를테니까요.
하지만, 블로그시대에서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블로깅의 핵심 중 하나가, 기록되어지는 소통(interconnected logging)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물리적으로 한번의 접촉도 없었지만 오래 소통한 블로거는 분명한 공유가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취향인지, 어떤 버릇이 있는지 까지. 어쩌면 비블로거인 제 25년지기 친구의 근황보다 이웃 블로거의 근황을 더 줄줄 꿰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Wierd online relationships
연륜이 짧으며, 좁은 한국 블로고 스피어에서 3년 꾸준한 만남은 의미가 크더군요.
우연한 글계기가 되어, 이승환님 그리고 엘윙님 (+정혼자 꾸꾸님)과 점심을 같이 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하나도 안 어색했습니다. 이미 교환한 수 Giga Byte의 정보와 시간 때문이었지요.
한편 물리적 접촉없는 관계의 허상도 있었습니다. 3년간 보아온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의외성만 적어봅니다.
활달한 모범생 타입의 엘윙님은 생각보다 훨씬 여성스러운 미인형이었습니다.
여드름을 필두로 테스토스테론을 풀풀 풍길 듯한 느낌의 이승환님은 막상 보니 수줍은 미소년 타입이었지요. ^^;

상황은 참 기묘합니다. 눈을 감으면 웃는 근육의 변화까지 또렷한 고등학교 친구는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사는지 알지 못하는데, (공개된, 샘플된, 이산값의) 깊은 속을 아는 블로거는 낯선 얼굴입니다.
디지털은 개성을 추출하여 압축해버리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분명 그 사람의 일면은 보존되어 있지만, 부차적이면서 중요한 많은 모습은 생략된 손실 압축 말입니다.

실제 보는 얼굴은 0과 1로 양극화시킨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연속성을 부여하는건 확실했지요.

식사는 아주 좋았고, 시간이 어찌가는지 모르게 즐겁게 떠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약속 시간을 한시간이나 넘겨..

Gap between atoms and bits
목적없는 블로거 모임은 처음이었는데 closing 멘트가 매우 어렵더군요.
"다음에 또 봐요."  (언제?)
"잘가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영원히 안봐?)
"오늘 일은 잊기로 해요." ( -_-)/
무엇도 안 어울렸습니다. 제가 익숙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결혼제도에 비관적인 승환님 생각이 바뀌면 다시 번개를 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Sticky loves
다음 약속은 전형적인 학연형 오프라인 관계였습니다. 같이 공부를 한 기억은 없고 술마시고 우의만 다졌기에 저는 사실 酒緣으로 분류합니다. -_-
찬란히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했었습니다. 큰 형님이 멕시코에서 귀국하셨다는 소식에 열일 제끼고 토요일에 모인 끈적끈적한 관계를 과시했지요. 삼성에서 74제 할때 빼곤 4시부터 술먹은 기억이 많지 않은데, 술과 고기만 입력으로 넣어주면 웃음과 이야기를 쉴 새없이 산출하는 놀라운 변환능력을 보았습니다. 아쉬움에 한잔만 더, 한마디만 더 하다가 결국 여럿 실려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은 개인마다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 세계와 세계가 만나 우주적 꿈이 되고 평생의 지향이 되며 기적같은 현실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관계'를 생각한다면, 일상적 표현의 기술적 변경으로서의 블로깅, 삶속의 블로깅이라는 제 말씀이 더 잘 와닿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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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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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이승환 2007/12/16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어쨌든 제게는 참 고마운 모임이었습니다. 글을 보니 왠지 결혼을 앞둔 분들 앞에서 실언을 한 느낌이 ㅠ_ㅠ

    • BlogIcon inuit 2007/12/17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하..
      그때 분위기가 싸 했지요.
      결혼제도의 불합리에 대해 승환님이 역설한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2. BlogIcon 엘윙 2007/12/17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미인형으로 분류됬네염. 후후 날아갈듯하군여.
    바쁘셨는데 저희랑 놀아주시느라 약속시간까지 흑흑..
    다음에 또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다들 바쁘신 분들이라 언제 또 만날지는 모르겠지만..정말 즐거웠습니다.

  3. BlogIcon Jjun 2007/12/18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허 부러워라 ㅎㅎ

    저도 통신으로 만난 인연을 많이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블로거를 직접 만나본 일은 없어서 그런지
    매우매우 부럽군요 ㅎㅎ

    다...다음엔.. 저.. 저도 .. ( --);;

    • BlogIcon inuit 2007/12/19 1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Jjun님은 더 오래된 이웃이시네요.
      띄엄띄엄 블로깅을 하시지만.. 그래도 끊이지 않으니 좋습니다. ^^

  4. BlogIcon grace 2007/12/19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만나셨군요. 엘윙님 글은 또 어떨지 참 궁금해요.
    목적없는 블로그 모임. 재밌었을 것 같아요. :)
    온라인 관계. 참 즐거운 인연이예요.. ^^

  5. 쁘렌 2007/12/24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끝까지 같이 못해서 무지 아쉬웠어.. 집에 가는 차안에서 익석 오라버니 목 사연 또 한차례 얘기했더니만, 울 신랑 하는 말!! "득음하신 거네?" ㅋㅋ
    암튼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던 거 같아.. 연말 잘 보내구, Merry Christmas!!

  6. BlogIcon trendon 2007/12/24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모임이 있었다니.... 부러운 사진들의 모습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