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객이 거쳐야 할 관문인 시차입니다.
전날 민박 아저씨의 환대로 맥주 한잔 가볍게 하고 푹 잘 잤지만, 그래도 jet lag은 있었습니다. 새벽 다섯시쯤 전화소리에 잠을 깼지요.

다른 때 같으면 억지로라도 잠을 청해보겠지만, 이날은 침대를 박차고 무작정 길을 나섰습니다. 나름대로 잘 잤고 워낙 짧은 베를린 일정이라 하나라도 더 보고 싶었습니다.

원래도 바빴지만 갑자기 추가된 베를린 일정이라 아무런 현지 정보도 없는 상태. 그나마 전날 민박집 주인장과 이야기 나누면서 몇가지 힌트를 얻은 것이 베를린의 중심지는 포츠담 광장 (Potsdamer Platz)이란 사실이었습니다.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새로 건물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상업의 중심지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서베를린의 구 중심인 zoo에 비해 사뭇 현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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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pass (tagekarte) 사는 곳이 어딘지 몰라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헤멘 후 지상철을 타고 겨우 도착한 포츠담 광장. 일요일 새벽 7시의 시가지는 무척 쓸쓸했습니다. 민박집에서 보장된 따뜻한 백반을 물리치고 나온 횡한 거리에, 요기는커녕 따끈한 커피 한잔 하기 어려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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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리저리 지도를 보고 돌아다니다 유서 깊은 베를린 필하모니 건물을 찾았습니다. 웬지 타지에서 안면 있는 사람을 만난 안온감마저 느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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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마태 성당과 국립 박물관을 잠시 둘러본 후 오늘 아침의 목적지는 제국 의회(reichstag)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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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비한 관을 연상케 하는 유태인 추모 공원은 묵직하게 눈을 잡더군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가진 생채기지만, 아픈 과거에서 한사코 배우려는 독일인이 새삼스레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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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brandenburg gate)입니다. 제국의회가 다 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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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의 프러시아 시절 베를린은 제국의 수도였고, 도시는 오만함과 당당함이 혼재된 위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특히 의회 건물이 어찌나 크고 웅장하던지, 압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일행의 눈을 끈 시설은 제국의회 뒤에 솟은 돔형 타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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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시를 가든 높은 곳에 오르는 버릇이 있습니다. 한눈에 도시가 파악되고 도시와 급격히 친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일요일 아침이라 문을 열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부지런한 관광객들이 이미 돔에 올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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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간밤의 취객들을 품고 어스름 해를 맞은 베를린은 감격스레 아름다웠습니다. 안면을 트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교감을 한 베를린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360도 파노라마를 돌며 시가를 한눈에 익혔습니다. 고즈넉히 발전한 서쪽 베를린과 유적과 작업중인 크레인이 느슨한 대치를 이루는 동쪽 베를린을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천개의 건물 중 단연 마음을 사로잡은 한 건물이 있었습니다. 저녁은 그 앞에서 먹기로 다짐하고 돔을 내려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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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를 느끼고도 한참 후. 해가 높이 솟을 무렵 제국 의회 앞켠에 빵집을 찾았습니다.
몹시 차가운 빵이었으나 무척 맛나게 먹었습니다. 후딱 먹고 일을 봐야했지만 만족스러운 시내 산책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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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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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쁘렌 2007/09/10 2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러 부러~~ 영업으로 옮기고는 맨 업무 출장이라 공항-->거래선-->공항 이런 일정이라 세상 돌아가는 걸 정말 더 모르게 되는 거 같어.. 그래도 오라버니 블로그에 와서 대리 만족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ㅡㅡ;;

    • BlogIcon inuit 2007/09/12 0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도 업무출장이란다. ^^;;

      대리만족이라고 칭하니 매우 마음이 쓰인다네.
      술이라도 한잔 사야할듯.

  2. BlogIcon 이승환 2007/09/11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nuit님, 왠지 독일 이미지와 잘 어울립니다. 제 머리 속 독일 이미지가 뭐냐면 잘 모르겠지만 -_-a

    • BlogIcon inuit 2007/09/12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독일 이미지 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요. ^^;
      그런데 제가 독일 이미지란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

  3. mulan 2007/09/12 0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IFA에 다녀오셨군요~
    오빠랑 나랑 "희한하게" 쇼에서 자주 만나는게 아니라, 오빠가 온갖 쇼는 다 가니까 내가 가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게 아닐까? ^^

    근데 저 빵이랑 커피 너무 맛있게 생겼다. @.@ 아침부터 완전 배고픔~

  4. BlogIcon 엘윙 2007/09/12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일에 유태인 추모 공원이 있군요. 반성할줄 아는 사람들이네요.
    독일 시내는 우리나라 시내랑 많이 달라보이네요. 쿄쿄. 그런데 사진을 보니까 날씨가 약간 흐린것 같아요.

    • BlogIcon inuit 2007/09/12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날씨가 지금껏 내내 흐렸습니다.
      잠깐이라도 해를 본 날이 며칠 안되요.
      비도 여러번 맞았고, 우박까지.. >,.<

  5. BlogIcon 콘바 2007/10/16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태인 추모공원 생긴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

    제가 있을때 공사하고 지었으니... 대략 2~3년정도?

    참고로 관모양의 구조물들의 높이가 제각기 다릅니다.
    공원의 중앙으로 갈수록 바닥도 낮아지구요.
    그래서 중앙에는 높이가 꽤 된다는... ^^

    • BlogIcon inuit 2007/10/16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어른 키만 하던가요.
      가운데를 찍은 사진도 있었는데, 전체 분위기를 스케치 하려다 보니 저 사진을 택했네요.
      콘바님 콘트라베이스 관련한 블로그가 멋지십니다.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