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설국

Travel 2007/03/11 20:13
1박으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이번 주에는 때아닌 눈과 강추위로 전혀 3월답지 않은 날씨였지요.
한달 전쯤 미리 예약을 해놓았는데, 주말 날씨 예보가 좋지 않아 막판까지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 어차피 쉬러 가는 여행이라 날씨가 큰 걱정은 아니지만, 눈이나 비가 얼어 교통이 불편해지는건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작정한 마음, 토요일 길을 나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부슬부슬 오는 속을 떠나자니 흥이 덜했습니다.
목적지는 양평 유명산.
6번 국도 타고 양평까지 가서 37번 국도로 갈아타고 마지막 고개를 넘는 순간, 온 식구가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산속. 마치 북유럽의 산타 마을 같기도 하고,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환상계 같기도 한 눈 세상이 갑자기 펼쳐졌습니다. 비로 얼룩진 마음도 한껏 밝아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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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집에 짐을 풀고 주위를 탐색했습니다.
바람이 제법 맵지만, 춘삼월에 보는 설국은 마법에 홀린 듯한 매혹이어서 한없이 밖을 떠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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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정말 추운줄도 모르고 밖을 뛰어 다녔습니다.
추우면 방에 들어와 몸을 녹이고, 더우면 다시 나가 찬공기를 가르며 놀기를 한 두시간.
해가 나면서 온산을 덮었던 눈이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두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따뜻한 구들위에서 뒹굴면서 노닥노닥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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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그리고 달게 자고난 아침.
햇빛은 눈부시고, 하늘은 시리게 푸릅니다.
바람은 매우나 맑고, 공기는 폐부를 관통하는 서늘함이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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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아침밥 먹고 뛰어노는 아이들.
놀러온 동안은, 지극히 위험한 일 빼놓고는 마음껏 놀도록 냅두었습니다. 심지어 방안에서 줄넘기를 한다고 까불대는 둘째의 응석도 깔깔 웃음속에 실행으로 옮겨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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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올라타고, 언덕배기를 네발로 기어 올랐습니다. 마른 나무를 낑낑 주워와 온몸으로 꺾어내어 마법의 지팡이를 만들고, 휘휘 돌리며 나무 병사들과 싸움도 했습니다.
겨우내 얼어 붙은 샘의 고드름을 꺾어 내어 얼음 막대를 손이 벌겋도록 들고 다녔고, 새 생명의 기운으로 쫄쫄 흐르는 냇물에 텀벙텀벙 장구를 치고 놀았습니다.

요량했던 보다는 몹시 추웠던 날씨지만, 마법같은 설국이
잔뜩 신을 냈고, 맑은 공기속에서 산과 내를 놀이터 삼아 힘닿도록 달리고 놀았던 짧은 주말이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무척 커진 이후라도 눈에 휘감겼던 3월의 산천을 잊기가 쉽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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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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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SuJae 2007/03/11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고향이 강원도 양구랍니다. 그곳에서 군 생활 하신분들은 눈하면 치를 떨죠. 많이 오는 것도 싫지만, 꼭 일요일날 눈 온다구요^^; 덕분에 저도 눈을 별로..제 아들녀석만 불쌍하죠 하하;;
    하지만 제가 시골에서 자라면서 늘 생각했던 것이, 결혼하면 아이가 어릴때는 꼭 시골에서 키우자는 것이였습니다. 자연을 알게해주고 벗 삼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천에는 못 옮겼죠 T.T
    잡설이 길어졌습니다;;;
    고생은 하셨겠지만 가족과 좋은 시간이셨다고하니, 새롭게 맞는 한주가 더욱 힘이 나시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7/03/11 2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눈에 질리셨군요.
      말씀처럼 가족과 의미있는 주말을 보내서 기분이 좋습니다. ^^

  2. BlogIcon outsider 2007/03/11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습니당....^^.

  3. BlogIcon 엘윙 2007/03/11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하하. 둘째좀 보세요. 재롱둥이인가봐요.
    바쁘신 와중에도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시는군요. +_+
    공기오염같은거 잘 몰랐는데 서울올라오니까 확실히 알겠더군요.
    앗참 그리고 오늘 꾸꾸와 서점에 갔는데 변경을 권해주니까 아주 좋아하더군요. 크크크. 꾸꾸의 서평도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 BlogIcon inuit 2007/03/12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재롱둥이라기보다는.. 애교 덩어리라고나 할까.. ^^;;
      주말은 무조건 가족에게 commit입니다. 주중에 워낙 잘 못해줘서요. -_-;

  4. BlogIcon BrightListen 2007/03/12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드님이 자유분방해 보여요.
    좋은 아버지시라는게 어렴풋 느껴지네요.ㅎ

  5. BlogIcon 쭈야 2007/03/12 1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기가 너무 예쁘네요^^*
    경치도 아름답고 운치도 즐기시고 가족들과 다같이 행복한 시간 보내신 이야기를 들으니 부럽네요~
    제동생이 저곳에 가면 저렇게 뛰어놀 것 같습니다 하하;;;(동생과 나이차가 좀 많습니다;)

  6. BlogIcon {p} 2007/03/12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 하늘은 시리게 푸릅니다란 말..^-^ 이번 3월에 찾아온 겨울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7. BlogIcon lionheart 2007/03/12 1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술시간에 배우는 동양화(화투는 아닙니다 --;)의 '여백의 미'.

    inuit님의 어떤 댓글에서 어떤 분을 스펙트럼이 넓은 분이라고 말씀하신게 생각납니다.
    inuit님도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 유채색에서 무채색까지 마음대로 그려내시는 것 같아요~^^

  8. BlogIcon 쭈야 2007/03/13 1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이리 예리하실수가~+ㅁ+;;;
    네;; 동생이 아직 초등학생입니다 하하하;;;
    저는 대학생 동생은 초등학생.
    무려 10살이나 차이가 난답니다^^a

  9. BlogIcon idyllic 2007/03/13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사진 넘넘 귀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