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미모의 여학생이 걸어간다. 나는 마음을 정했다. 성큼성큼 속도를 냈고, 10초도 되지 않아 따라 잡았다.
"저.. 죄송한데요. 한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멈칫) "네.. 그러세요.." ( '')
"처음 만난 사람임에도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하고 싶은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치근덕 거리는 느낌 없이 순수한 마음을 전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 잘 모르세요..?" (pause)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 그런 말이 있기는 하겠지요?"
"그러엄요~ 있겠지요."
"그럼.. 제가 방금 그 말을 했다고 생각해 주시겠어요?"
"네?" (0.5초후) "하하하"
성공이다.
"저.. 죄송한데요. 한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네?" (멈칫) "네.. 그러세요.." ( '')
"처음 만난 사람임에도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하고 싶은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치근덕 거리는 느낌 없이 순수한 마음을 전하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 잘 모르세요..?" (pause)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 그런 말이 있기는 하겠지요?"
"그러엄요~ 있겠지요."
"그럼.. 제가 방금 그 말을 했다고 생각해 주시겠어요?"
"네?" (0.5초후) "하하하"
성공이다.
지금처럼 즉석만남이 그다지 흔하지 않은 80년대. 남녀의 만남은 소개가 필수였던 시절의 에피소드입니다.
열정이 뻗쳐 주체하기 힘든 그런 시절에, 소위 '헌팅'이라고 표현하는 이벤트를 가끔 저질렀던 듯 합니다. 나중엔 '작업'이라 불리우기도 했던 뻘짓거리는, 바로 그 원시적 느낌 탓인지 어린 숫컷들에게 두려움과 숭배가 교차하는 떨림의 이벤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자친구가 있었기에 그런 상황이 필요치 않았지만, 고백하자면, 친구들과 시합삼아 여행길에 일탈삼아 몇차례 헌팅에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열오른듯 얼굴이 벌개서 시작하지만, 또 몇번 무안도 당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던 제 스스로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첫머리의 사례는 정말 미치게 심심했던 날, 신촌의 여대앞에서 한시간 limit으로 헤쳐모여 시합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름다웠던 그분은 '데려오고 보니 누님'이었지요. -_-
* * *
여기 21세기. 미국에서 지하 활동을 하는 '작업남' 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PUA (pick up artist)라고 부르지요. 온라인 뉴스그룹을 매개로 비밀스러운 메소드를 공유하며 작업을 구조화하고 은밀히 전파하는 사람들입니다.
작가 닐 스트라우스는, 뉴욕 타임즈 기고를 하던 사람입니다. 이들의 소식을 듣고 취재하다 픽업의 세계에 입문하여 '스타일'이란 예명으로 최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과정을 적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롤링 스톤즈'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는 상당히 자세하게 작업의 디테일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처음 여성에게 접근할 때 결코 진부하지 않고 부담 주지 않으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멘트를 날리는 오프닝들, 주목표를 은근히 무시하여 관심을 사도록 만드는 네거티브 기법, 적절한 긴장으로 주도권을 유지하는 고양이-노끈이론, 대화가 한번 시작되면 끊임없이 자리를 주도하며 여성의 상상력을 극대화 하는 마술과 트릭의 다양한 루틴들은 듣다보면 수긍이 갑니다. 이 책이 머리 좋은 작가 한명의 단순한 창작이라고 보기에는 꽤나 사실적이고 상세합니다.
굳이 생각해서 떠올리기조차 힘든 20년전 제 과거가 불쑥 떠오른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저절로 기억이 상기된 탓이 큽니다. 저도 몰랐지만, 그게 오프닝이었고 나름대로 잘 설계되었었다는 점을 알게된거지요.
총평을 하자면, 이 책은 성인을 위한 해리포터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현실과 중첩된 환상계에서 일어나는 마법같은 이야기 말입니다. 다양한 에피소드에 매료되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역시 주위는 그대로 현실이라고 느껴질 듯합니다. 딱 거기까지가 소설의 몫이기도 하지요. 만일 이 책을 현실속 작업의 길잡이로 삼아 들어간다면, 해리포터를 읽고 문열겠다고 알로 호모라를 외치는 아이와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사람의 관계이지 공식에 의해 반응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픽업 아티스트의 숙명 상, 픽업이란 작업의 본질 상, 영속하는 사랑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방향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어찌하되, 지속하는 사랑은 마음을 소통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할테지요.
그런면에서 이 책의 내용은, 투자론으로 비유하면 기술적 분석입니다. 패턴에 의한 순간적 포지션은 의미가 있을테지만, 펀더멘털은 또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지요.
개인적으로 제가 이 책을 접어든 이유는 작업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대화가 단절되고 즉자적 판단이 이뤄지는 클럽 위주의 이야기라서 제 목적과 많이 달랐지요. 그러다보니, 1/4 정도 읽은 상태에서 motivation이 떨어졌습니다. 소설 비소설을 망라해서 3주를 잡은 책이 없는데 말이지요. 다소 간결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했겠지만, 시간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사랑에 대한 답을 찾는 젊은이라면 하등 도움이 안된다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홍대앞 클럽에서 주름을 좀 잡아보고 싶은 야심찬 사람이라면.. 읽되 참고만하여 자신의 매력을 개발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저는 뭐가 그리 대단해서 잘라말하냐구요? 제 마지막 작업을 말하지 않았던가요?
어느 밤, 길가는 참한 아가씨를 쫓아갔던 날이 있지요. 그리고 지금 같이 살고 있답니다.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블로거를 미치게 하는 방법 (65) | 2007/02/22 |
|---|---|
| Inuit의 추천 블로그 릴레이 (24) | 2007/02/20 |
| The Game (20) | 2007/02/03 |
| 황후화 (36) | 2007/01/28 |
| 강의 (5/5): The others (16) | 2007/01/12 |
| 강의 (4/5): 도를 아십니까 (2) | 2007/01/11 |
트랙백 주소 :: http://inuit.co.kr/trackback/1194
-
Subject: 더 게임-작업의 기술
Tracked from 그녀, 가로지르다 2007/02/03 22:08 삭제‘더 게임’- 미국판 ‘작업의 기술’을 읽다. 이렇게 은밀한 사교(邪敎)조직 같은 모임이 실제 존재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 유혹을 업으로 삼는 고수들이 비밀 아지트에 모여 가장 효과적인 유혹의 기술을 교류하고 남자들을 가르치는 워크숍을 연다. 비밀 기술로 무장한 ‘선수’들은 밤마다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작업장’인 바와 나이트클럽을 배회한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기자였고 현재 잡지 롤링스톤스의 객원 필자인 닐 스트라우스가 쓴..
-
Subject: [책 리뷰] The Game
Tracked from 언제나닷컴 2007/02/04 01:13 삭제THE GAME - 발칙한 남자들의 위험하고 도발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닐 스트라우스 지음, 한정은 옮김 주말 밤마다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술집과 나이트클럽을 배회하는 '픽업아티스트'의 세계를 소개하는 논픽션. 여성에게 작업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21세기 '남성용 차밍스쿨'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뉴욕타임스」기자 출신의 지은이 닐 스트라우스는 픽업아티스트를 취재하다가, 그 자신이 세계 최고의 '픽업아티스트'로 거듭난 인물이다. 이 책을 처음..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연예인 인줄 알았습니다.
어허, 알만한 사람이.. -_-
오호~ inuit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반가워라~^^ 전 '기술적 분석'을 강조하다 나중엔 결국 '펀더멘털'로 회귀하는 책으로 읽었답니다. 그나저나 사모님이 엄청난 미인이셔서 제가 남자였더라도 뒤쫓아 갔을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susanna님 소개보고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지요.^^
기술적 분석에 통달하고 펀더멘털의 가치로 회귀하면,
-매우 효과적인 투자자가 되거나
-다시 손맛을 못잊고 기술적 분석 주위를 기웃거리거나
둘 중 하나 같아요. 이 책은 주장대로 실화라면 진행형이구요. ^^
멋지십니다~!!!
고맙습니다. ( ^^)
앗. inuit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드디어 겹치는 책 발견!! ㅎㅎ;;
그나저나 사모님(?)과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네요 ^^
멋지십니다~!
마지막 대목은 내부검열에 걸릴 소지가 상당합니다.
1주일을 버티면 대략 무사.. -_-
역시나...inuit님은...꾸벅......ㅎㅎㅎ. 멋지십니다.
알듯... 말듯 종잡기 어려운 멘트군요. 흐흐흐.. ^^
애초에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서 펀더멘탈은 공허한 느낌이 들죠.
직관과 이른바 감이 살아있는 기술적 분석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순간입니다. ^^
성격좋고 뭐 좋고 다 좋은 사람 만나야 한다는 원칙적인 얘기들이야 많지만,,
어짜피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을 모르니,,
비대칭한 정보속에서 우리는 또 우리의 직관을 믿고,,
첫눈에 마음에 드는 이들의 뒤를 밟는거지요. ^^
재미난 관점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같이 궤를 잇자면.. 결국 주식 일부가 아니라, 회사를 통째로 사려면 기술적 분석으로 의사결정하기 어렵고 펀더멘털을 봐야하는 점이 중요하지요. 정보의 비대칭성은 데이트 과정에서 알아내야 하고. 이게 안되면 실패한 deal이 되겠지요. ^^
^^ 요샌 형수님이 종종 등장하시네요. 안부전해주세요. ^^ 그저께 넘 잘 먹구,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역시나 좋은 분들과의 좋은 이야기.. 중간에 나오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날 전 완전 시체가 되어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ㅠ.ㅠ
고생했지?
컨디션이 좋아졌길 바라네. 오늘부터 또 빡센 일정이잖아..
포스팅의 결론은 싸모님 자랑..^-^*
많이 부럽습니다. 히힛.
초상권자의 강력한 항의로 사진 내립니다. 방금 들어오자마자 야단 맞았습니다. 안 들키고 3일은 갈까 싶었는데.. ^^;;
후와... 이런 책도 있군요. 픽업 아티스트라니.. 흥미가 샘솟아요~ :D
선수 조심하세요. 그들은 프로랍니다. 하하
앗..inuit님이 저의 넋두리 같은 글에 리플을 남겨주셔서 어찌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 "HR은 제왕학"이라는 말에서 흠찟 놀랐습니다. HR은 인사부와 같은 하위 직급에서 다루고 전략을 CEO와 같은 상위 레벨에서 다룬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략이 참모의 학문이고 HR이 제왕의 학문이다라는 글을 읽고 단번에 제 생각이 단편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HR을 소홀히 한 것이 후회됩니다. 아직 대학을 다닐 3학기 이상 남았으니 꼭 HR에 대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어쩌면 공부차원에서 더 배울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본질면에서의 관심과 주목은 아무리 빨라도 이르지 않을듯 합니다.